[뉴스핌=박예슬 기자] 중견 제약사 제일약품(대표 성석제)이 물적분할을 통한 일반의약품(OTC) 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면서 OTC 부문 강화에 나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이날 오전 주주총회를 갖고 OTC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제일헬스사이언스(가칭)’을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분할은 다음날인 내달 1일로 제일약품이 신설회사의 발행주식 총수를 취득하는 단순 물적분할 방법으로 진행된다. 자본금은 약 5억원 규모다.
31일 열린 제일약품 임시주주총회. <사진=제일약품> |
제일약품은 과거 ‘펭귄표 파스’로 알려진 OTC 명가였으나 의약분업 등으로 시장 점유율이 크게 낮아진 뒤 전문의약품(ETC)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업분할도 과거 OTC업계에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대표 OTC 제품은 펭귄표로 유명한 ‘제일파프’와 소염진통제 ‘케펜텍’이며 이번 신규 법인 출범을 통해 이를 집중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도 OTC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현재 ETC 생산시설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OTC 생산시설도 별도 전용라인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제일약품의 생산시설로는 경기 용인에 위치한 7만8639㎡(2만3788평) 규모의 제제공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파스제제를 비롯해 정제, 주사제 등 169개 제품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케펜텍의 성장 가능성도 제법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케펜텍은 올 상반기 기준 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4.27%나 증가, 주요 일반약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남아, 알제리, 이집트 등 신흥시장을 포함한 세계 20개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당초 ETC 위주의 파이프라인으로 알려진 제일약품이 OTC 부문을 분리키로 한 데 대해 지주사 전환 및 경영승계를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제일약품의 매출 가운데 OTC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OTC 부문을 굳이 분리하는 것은 지주사 전환 및 오너3세인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39)의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신규 법인의 대표이사로 한상철 부사장이 내정됐다. 한 부사장은 오너 한승수 회장의 장남으로 2007년 제일약품에 입사했다. 일반약 부문 육성과 함께 ‘경영수업’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단 회사는 당장 지주사 전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현재 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후 논의될 수는 있겠지만 이번 기업분할 과정에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