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채권시장의 추세적인 하락 리스크가 고조된 가운데 미국 은행권이 보유한 국채 물량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조되면서 금리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경우 손실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31일(현지시각) 연방준비제도(Fed)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은행권이 보유한 국채 및 정보 보증 모기지증권이 총 2조40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73년 연준이 데이터 집계를 처음 시작한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웰스 파고와 JP모간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그리고 US뱅코프 등 상위 5개 은행이 보유한 국채 물량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2060억달러에 달했다. 이들 은행은 지난 3년간 국채 보유량을 74%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미국 중대형 은행들이 기업 여신 규제를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강화한 동시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채 보유 규모를 사상 최고치로 늘린 것은 여러 모로 적신호에 해당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감독 당국이 재무건전성 요건을 강화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은행권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채 수익률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은행권이 작지 않은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7월 1.318%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가파르게 상승, 최근 1.85% 선까지 올랐다.
10월 국채시장은 6년래 최대 손실을 냈고, 이미 은행권의 평가손실이 작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부 은행은 보유 물량 처분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ofA는 매물로 내놓은 국채 물량을 최근 6개월 사이 두 배 확대, 450억달러로 늘렸다.
폴 밀러 FBR 캐피탈 마켓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은행권이 여신을 풀지 않는 것은 경제 성장이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며 “은행권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는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정책적인 딜레마를 원인으로 꼽았다. 데이비드 키블 크레딧 아그리콜 채권 전략가는 “은행권 자산 운용 상황은 일종의 역설”이라며 “연준은 은행권이 여신을 확대해 실물경기 부양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은행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