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8일(현지시각) 치러진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미국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경고가 현실화되자 월가는 아연실색하는 표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한편 주가와 달러화 폭락이 불가피하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제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대응해야 할 현실적인 난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블룸버그> |
숨 죽이며 선거 결과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모면하기를 바랐던 ‘서프라이즈’ 앞에서 말 그대로 패닉에 대처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는 움직임이다.
단기간에 10%를 웃도는 주가 폭락과 달러화의 가파른 하락, 여기에 멕시코를 필두로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이머징마켓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 월가는 리스크 헤지와 관련 자산의 하락 베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선거 당일 사전투표와 일부 실시간 승률 집계 사이트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안도하고 있던 트레이더들은 예상과 제대로 빗나간 결과 앞에 아연실색하는 표정이다.
RBC 캐피탈 마켓은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10~12% 급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자들에게 보수적인 행보를 주문했고,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역시 주가 폭락을 경고했다.
지난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폭락했던 금융시장이 단기간에 강한 반전을 이뤘지만 이번 미국 대선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위험자산 가격의 급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트레이더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약 14조달러 규모의 국채시장에서 월가 딜러들은 발 빠르게 ‘트럼프 쇼크’에 대응하고 나섰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최대 폭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특히 이번 대선 결과로 인해 12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불발될 경우 국채 수익률은 물론이고 달러화 역시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할 것으로 판단, 공격적인 포지션에 나섰다.
BMO 캐피탈 마켓은 트럼프의 승리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월가 트레이더들은 최근 1.86%까지 오른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1.68%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 역시 이번 대선 결과로 인해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MSCI는 포퓰리즘에 치우친 정책이 미국 거시경제와 국채까지 한꺼번에 강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특히 금과 엔화 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데 IB 업계의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월가의 옵션 트레이더들은 적극적인 엔화 상승 베팅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엔화 상승에 따른 손실 헤지 비용이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주식부터 외환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크레디트 스위스(CS)와 골드만 삭스 등 주요 IB들은 주요 자산 가격의 극심한 등락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씨티그룹과 바클레이즈 등 그 밖에 IB들은 달러화가 단기간에 5% 급락하는 한편 멕시코 페소를 포함한 이머징마켓 통화 역시 ‘팔자’에 시달릴 것으로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