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도날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계는 내년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기업들은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우려 속에 일부 수혜업종이 거론되고는 있으나 실제 정책이 어떻게 수립되는지를 본 뒤 유연하고 보수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파장이 기업들에 미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깜짝 당선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됐다.
기업들은 예년같으면 10월 말께 경영계획 수립이 끝나고 정기 임원인사를 거쳐 다음해를 준비하지만 올해는 아직 초안단계에 머무르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다르다.
기업들은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단 최대한 보수적인 시나리오로 경영을 추진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환율 등 주요 환경 변수들을 면밀히 검토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증시가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오후 2시 50분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7% - 4.1% 대의 하락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재계 한 고위임원은 "기업 경영계획이라는게 급작스레 바꾸거나 상황이 변했는데 기존대로 추진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불확실성에 대해 예의주시 하며 유연한 대응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른 임원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기존에는 어느 한 지역에 쏠리지 않게 균형적으로 수출을 추진해 왔는데 이를 바꿀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수혜업종이다 아니다 여러 전망들이 나오고는 있는데 실제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수립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은 한국 수출업계에 악재라는 전망이 현재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선거운동에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심지어 기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다.
철강, 자동차, 섬유 등의 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석탄 가격 상승으로 석탄화학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국내기업들에 반사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선거기간 트럼프이 레토릭이 마케팅 전략이었는지, 실제 그대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빨리 안정을 찾아서 외교적 관계를 구축하는게 시급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재계는 한국 정부차원에서 단기적으로는 대미 통상외교 채널을 재정비하고 미국내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제45대 미 대선 결과에 대한 경영계 코멘트'를 통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이 합심하여 신속한 대응 체계 마련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무역협회는 앞으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세계적인 통상마찰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요 교역국간 상호 협력이 요구된다며 정부가 상황별 시나리오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