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예상 밖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로 인해 월가 이코노미스트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전제로 제시한 기존의 경제 전망을 수정해야 하지만 윤곽조차 잡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인상 불발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인플레이션과 환율, 금리 등 주요 금융 지표부터 가계 소비와 수출 경기 등 성장률의 주요 축에 해당하는 변수들의 향방이 안개 속이라는 것이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솔직한 의견이다.
도널드 트럼프.<사진=블룸버그통신> |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제시한 정책 공약이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둔 모호한 부분이 큰 데다 예측하기 어려운 그의 성격 상 공약의 이행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월가의 투자은행(IB)뿐 아니라 연준과 의회예산국,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의 경제 전망에 트럼프 당선자의 신임 대통령 취임 가능성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손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리서치 업체 팬턴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누구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기존의 경제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불확실성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폴 애쉬워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섣불리 경제 전망을 수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 결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상당한 불확실성을 맞게 됐고, 트럼프 당선자가 어떤 대통령일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정치권 및 군 복무 경험이 없다는 점이나 공화당 주류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지지를 거의 얻지 못하는 상황 역시 작지 않은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월가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기업 및 투자자의 경기신뢰와 소비 심리가 하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지난 9월 연준이 경기 전망을 업데이트했을 때 내년 미국 경제가 2% 성장하는 한편 실업률이 4.6%로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지난 8월 의회예산국은 내년 성장률과 실업률 전망치를 각각 2.4%와 4.5%로 제시했고, 지난달 WSJ가 실시한 기업 및 이코노미스트 서베이에서 응답자들이 제시한 수치 역시 각각 2.2%와 4.7%로 흡사했다.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대로 트럼프의 대선 당선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RDQ 이코노믹스의 존 라이딩 이코노미스트는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가뜩이나 저생산성과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며 “이 같은 상황에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경기 침체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크 잔디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당장 침체를 맞을 여지는 낮다”며 “비관론자들이 경고하는 것만큼 극심한 침체가 발생할 리스크는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세금 인하에 따라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나단 플래트 로열 런던 애셋 매니지먼트 채권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가장 확실시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상승”이라며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연준과 글로벌 주요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