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오락가락하던 미국 금리 정책 전망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금리인상이 물건너 가고,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뒤집혔다. 전문가들은 공화당표 통화정책이 가동된다면,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이같은 전망에 공감대가 형성되며 빠르게 금리가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승리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미국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정책금리 인상 확률은 80%를 기록했다. 대선 전 기록했던 76%를 넘어섰다. 트럼프 당선 직후 50%까지 떨어졌으나 하루 만에 급반등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예정대로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과연 연준이 기존 시장의 전망대로 두 차례 가량 금리를 올리는데 그칠 것인가다. 한은은 일단 기존 전망이 유효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2017년 기준금리 평균 인상 회수를 2회 정도로 보고 있다"며 "현재로선 그런 전망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시장은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다음 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bp(1bp=0.01%p) 가량 상승했고 ,이튿날에도 8bp 올랐다. 2.15%까지 올라 동일 만기의 한국채와 비교해도 25bp 이상 높아졌다.
미국 금리가 튄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와 재정확대 정책 등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면,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감세정책 하에서 재정을 확대하려면,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는 것. 공급의 증가는 채권 가격의 하락(채권금리 상승)을 유발한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실시하면 중국 등으로부터 들여오던 값싼 수입제품이 줄어든다. 외국인 노동자 이민이 감소하면서 높은 임금의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도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이다. 물가 상승은 채권 금리를 끌어올린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만 놓고 보면 기존 전망보다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트럼프의) 재정정책이 실행된다면 그것은 금리 인상 경로를 더 가파르게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공화당표 통화정책, 즉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민주당과 달리 '돈의 엄격한 관리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준칙적(rule) 통화정책이 연준 내부에서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 측 정책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피터 나바로는 연준이 오바마 대통령을 돕기 위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성향을 감안할 때 현재 (공화당의 반대로) 공석인 연준 이사 2명을 '매파'로 임명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이 (올해 12월 금리를 올리고) 내년 2차례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봤지만, 미국 국민들의 마음이 공화당의 경제정책을 바라는 만큼 연준이 12월에 이어 내년에 3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