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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1조달러 증발-캐리 붕괴..트럼프 ‘쓰나미’

기사등록 : 2016-11-1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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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 금융시장 게임체인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발표 후 글로벌 채권시장의 시가총액이 무려 1조달러 증발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캐리 트레이더들이 포지션 청산에 잰걸음을 하고 있고, 구리가 주간 기준 30년래 최대 랠리를 펼친 한편 팜유가 4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후 3일 사이 글로벌 채권과 외환, 상품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런던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1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 이상 사라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 선을 뚫고 오른 가운데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전반에 걸쳐 금리 상승이 두드러진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채권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단기물에 비해 인플레이션 향방에 민감한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한 주 사이 2009년 1월 이후 최대 폭으로 뛴 데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2% 선을 밟았고, 독일 10년물 역시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럽 채권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애덤 도널드슨 호주 커먼웰스 은행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금융시장의 게임 체인저”라며 “재정 확대 및 인플레이션 정책이 지난 수년간의 시장 질서를 뒤집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캐리 트레이더들이 포지션 청산에 팔을 걷었다. 저금리 지역의 통화로 자금을 조달,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 이른바 고수익률 통화에 베팅하는 캐리 트레이더 기법이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인해 커다란 손실 리스크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구리 <출처=블룸버그>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 이후 캐리 트레이더의 포지션 청산이 2011년 이후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관련 통화의 급락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캐리 통화로 꼽히는 남아공 랜드화가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장중 2.3% 급락하며 2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장중 3% 내렸고, 브라질 헤알화는 10일5%에 가까운 폭락을 연출했다.

JP모간과 씨티그룹을 포함한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 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신흥국 통화 및 자산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경고했다.

원자재 가격은 파죽지세다. 특히 구리 가격이 주간 기준 18% 가량 폭등하며 30년래 최대 랠리를 펼쳤다. 이날 장중 3개월물 구리 선물은 뉴욕금속시장에서 7% 치솟으며 17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겨냥한 트레이딩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베어링스의 클리브 버스토우 펀드매니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얘기가 그치지 않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으로 원자재와 함께 광산주를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금융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유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하루 사이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ETF에 밀려들어온 자금이 21억달러를 웃돌았다.

트럼프 당선자의 금융업계 규제 완화 공약과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일드커브 상승에 대한 기대가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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