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8일(현지시각) 치러진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확인한 월가는 고개를 숙였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실상 ‘서프라이즈’가 벌어졌기 때문.
정치권 분석이나 전망이 월가 투자자들의 본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대선 결과에 대한 전망을 근간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대선 결과 발표 후 이틀 간의 증시 움직임을 지켜 본 월가는 또 한 차례 할 말을 잃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8일 밤 사이 다우존스 지수 선물이 폭락, 월가의 진단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였지만 9일 강한 랠리를 펼친 뉴욕증시는 10일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따가운 비판이 고개를 든 가운데 월가를 향한 시선 역시 곱지 않다.
10일 장중 다우존스 지수가 0.8% 가량 상승, 1만8732에 거래되고 있다. 상승세로 출발한 S&P500 지수가 약보합으로 밀렸지만 월가의 비관론자들의 전망과는 크게 엇갈린다.
전날 1% 이상 뛰었던 나스닥 지수가 장중 1.2%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는 IT 공룡 기업에 대한 트럼프 당선자의 부정적인 공약에 따른 하락 압박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금 선물이 이틀 연속 하락, 선거 직후 투자자들 사이에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리스크-오프’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선거 기간 중 바클레이즈와 브루킹스 연구소 등 상당수의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들이 트럼프의 당선 시 뉴욕증시가 10%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대 12%의 주가 하락을 예고했던 RBC 캐피탈 마켓의 조나단 골럽 전략가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대선 결과보다 트럼프 당선자가 제시했던 경제 공약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키스 파커 바클레이즈 전략가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미 주식시장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일부에서는 공화당의 승리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JP모간의 미슬라프 마테지카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으로 공화당의 대선 승리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며 “이번에 주가가 가파르게 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가의 구루들 가운데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해 낸 이들도 지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와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그리고 월가의 ‘닥터 둠’으로 알려진 마크 파버 등 손에 꼽히는 소수의 투자가들만이 대선 판도를 정확히 읽어냈다.
건드라크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것을 알고 있었다”며 “뿐만 아니라 대선 결과가 채권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예측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했던 아이칸은 이번 선거 결과가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생산성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며 “과감하고 급속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