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부자들이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제시한 세금 인하 공약에 대한 기대감 때문. 특히 상위 1%에 해당하는 고소득자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각) 세금정책센터(TPC)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의 세제 개혁이 공약대로 이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6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특히 상위 1% 고소득자의 세후 소득이 13.5% 증가, 세금 인하에 따른 전체 혜택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기간 트럼프 당선자는 크게 5가지의 세제 개혁안을 제시했다. 주정부 세금 구간을 현행 7개에서 3개로 축소, 각각 12%와 25% 및 33%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장 커다란 골자다. 이 경우 최고 세율이 기존의 39.6%에서 33%로 떨어지게 된다.
기본 소득공제는 1인 신고자의 경우 6300달러에서 1만5000달러로, 부부의 경우 1만2600달러에서 3만달러로 확대된다.
이 밖에 공제 상한선 조정과 일부 소득 계층에 대한 투자 수익 과세 폐지, 법인대체최소소득세 및 부동산세 폐지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에 포함됐다.
이미 고소득 층에게 유리하다는 따가운 비판이 고개를 든 만큼 이 같은 과감한 세제 개혁안이 의회의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지만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슈퍼 부자들은 이미 세금 인하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새 판 짜기에 분주한 움직임이다.
금융 자문 업계는 내년 세금 인하가 이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이에 따른 혜택을 최대화하기 위해 재테크 전략을 실행할 것을 고객들에게 적극 권고하고 있다.
또 고액 자산가일수록 새로운 제도 도입을 겨냥해 반사이익을 취하는 데 보다 유연한 대응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팀 스티븐 베어드 증권 파이낸셜 플래닝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세금 인하 공약에 실제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소수의 부유층으로 제한된다”며 “하지만 중산층과 은퇴자들 역시 세금 인하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가장 일반적으로 취하는 ‘세테크’는 소득을 최대한 세금 인하가 기대되는 미래 시점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평가차익이 발생한 주식의 매도를 올해 12월이 아닌 내년 1월로 미루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평가손실이 발생한 주식은 연내 매각해 올해 과세 대상 소득 규모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세제 관련 공약에는 지방세 납입액에 대해 주정부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 모기지 금리 납입 시점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마이클 카사브 칼라모스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일반적으로 동원됐던 소위 세테크가 올해는 특히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자칫 주객전도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금 혜택에 무게를 두다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