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자의 새로운 정책이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기대에 주식과 달러가 오르는 한편 국채가 곤두박질 치고 있지만 실상 성장 없이 물가만 치솟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경고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블룸버그> |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월가 이코노미스트 서베이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임기가 본격화되는 2017년과 2018년의 경제 지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경제 석학들은 미국 경제가 2017년 2.2% 성장하는 한편 2018년 2.3%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대선 이전 실시한 조사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재정 확대 정책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4.9%인 실업률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4.6%와 4.7%로 개선되는 한편 인플레이션은 2.2%와 2.4%로 높아질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이 경우 2007~2009년 금융위기 및 경제 대침체 이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이 2% 선에서 영속적인 상승 추이를 기록하는 셈이 된다.
이 밖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내년 말 2.35%까지 오른 뒤 2018년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12개월 이내 경기 침체가 닥칠 가능성은 19%로 집계됐다.
대선 이전 잿빛 전망에 비해 주요 경제 지표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 한층 개선된 셈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확실시되는 반면 성장 측면에서 인프라 투자나 재정 확대와 같은 동력 이외에 무역전쟁이나 이민 감소와 같은 잠재 리스크 요인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임기 동안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트럼프 당선자의 주장과 달리 경기가 후퇴하는 동시에 물가만 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가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 번지고 있다.
이날 골드만 삭스는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 방향이 단기적인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 뒤 중장기적으로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정부 지출 및 세제 개혁이 당장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고율의 관세를 포함한 무역 규제 강화와 이민 축소가 미국 경제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이날 투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하에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초 인플레이션이 2.3%까지 오르는 한편 2018년과 2019년 성장률이 0.8%포인트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실업률은 5.3%까지 뛸 것으로 골드만 삭스는 내다봤다.
HSBC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 온전하게 이행될 경우 세금 인하에 따른 단기적인 성장 촉진이 기대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물가 상승과 이민자 노동자층의 위축으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경고다.
UBS도 같은 의견이다. 아트 카신 UBS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부양책이 시장의 예상대로 인플래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하지만 부채 규모가 너무 높기 때문에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무역전쟁 리스크는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과 환율조작국 지정을 공약대로 이행할 경우 아이폰부터 항공기, 자동차, 농산물까지 미국 수출이 막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날 도이체방크는 강달러가 이른바 트럼프노믹스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선 이후 달러화는 주요 바스켓 통화에 대해 2% 뛰었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는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저하와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 트럼프 당선자의 핵심 공약 중 한 가지가 좌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B 업계에서는 금리가 뚜렷한 상승 흐름을 타는 반면 성장률 전망이 흐려 자금 운용이 난항이라는 볼멘 소리가 번지고 있다.
JP모간의 미슬라브 마테지카 전략가는 WSJ와 인터뷰에서 “트레이더들이 리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사이에서 투자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