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지난 7월 이후 검찰조사로 중단됐던 롯데그룹의 회사채 발행이 재개됐다. 최근 '트럼프 쇼크'로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서도 롯데렌탈과 롯데칠성음료는 동일등급과 만기 회사채에 비해 10bp(1bp=0.01%포인트)내외의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공모시장에서 다시 조달하기 위해서는 높은 금리도 괜찮다는 의욕이 감지된다는 전언이다.
18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진행된 롯데렌탈의 2년물과 3년물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등급이 AA-이긴 하지만 트럼프 쇼크로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이런 성공은 예상밖이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지난 7월 검찰조사로 롯데그룹이 공모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중단한 이후 첫 발행이고, 수요예측에서 높은 금리를 제시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롯데렌탈은 2년물에 대해서는 개별민평+20bp, 3년물에는 개별민평+30bp의 금리 상한을 제시했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가산금리를 15~20bp 더 높게 제시한 것. 과거 6개월 사례를 보면 같은등급 2년물은 SK하이닉스가 개별민평+5bp를 제시했고, 3년물은 LG상사 등이 개별민평+10bp수준을 제시했다.
발행시장의 한 관계자는 "동일등급 2년물은 1건, 3년물은 14건의 경우보다 15~20bp높게 제시해 투자자들이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흥행에 힘입어 롯데렌탈은 2년물과 3년물을 각각 1300억원 및 700억원으로 늘려 총2000억원을 발행키로 했다. 잠정 발행금리수준은 2.251%와 2.335%다. 최근 열흘간에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1.82%에서 2.13%로 31bp이상 높아진 것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21일 만기도래분 600억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에 조달하는 2000억원에 대한 조달비용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오는 28일 3년물과 5년물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발행하는 롯데칠성음료(AA+)도 높은 금리를 내놨다. 같은 등급 회사들이 10~15bp의 가산금리를 제시하는 경우와 달리 롯데칠성은 21일 실시하는 수요예측에서 가산금리 상한을 15~20bp로 제시하고 있다. 비록 차환용이기는 하지만 높은 금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롯데렌탈과 마찬가지다.
롯데렌탈에서와 같이 투자자들이 호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말까지 공급물량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11월 접어들면서 불요불급한 경우가 아니면 대기업들은 회사채를 상환하는 경우가 많았고, 롯데그룹도 7월이후 비금융계열사의 만기도래분 1조1050억원 중에서 8450억원을 상환했고, 나머지 2600억원만 남았다.
지금 롯데 계열사가 발행하는 것은 이 남은 2600억원 차환물량이 있는 경우다. 롯데물산(AA-)은 오는 12월 2일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1000억원을 현금상환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높은 금리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막혔던 회사채 발행을 재개할 수 있는 배경이다.
발행시장 관계자는 "미 대선 후 금리가 급등해 투자자들이 움추려들었지만 연말까지 발행물량이 종적을 감추면서 높아지 시장금리에 맞춰만 준다면 기관투자자들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