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의 브레이크 없는 강세가 월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2003년 4월 이후 최고치로 오른 달러화가 현 수준에서 수개월간 머물 경우 미국 기업 실적에 커다란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투자은행(IB) 업계에 꼬리를 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연출하고 있는 뉴욕증시 역시 내년 강달러를 악재로 커다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장중 101.48까지 오르며 13년래 최고치를 새롭게 기록했다.
세금 인하와 인프라 투자를 앞세운 트럼프노믹스가 미국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자들이 12월 금리인상 의지를 내비치면서 달러화를 밀어올리고 있다.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1999년 출범 이후 최장기 상승을 기록 중이다.
월가는 강한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달러화 상승 열기가 꺾이지 않을 경우 미국 대기업과 뉴욕증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경고다.
콜린 시진스키 CMC 마켓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현 수준에서 앞으로 몇 달간 머문다면 미국 수출에 커다란 흠집을 낼 것”이라며 “강달러는 기업 수익성에 절대적인 악재”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인덱스가 100 선에서 유지될 경우 미국 S&P500 기업의 이익 턴어라운드가 불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는 내년 S&P500 기업의 이익이 11.4% 증가하는 한편 매출액도 6%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강달러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가 맞물릴 경우 시장 전망이 빗나가거나 이익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카콜라는 환율 급등락으로 인한 올해 세전 이익 감소가 9%에 이른다고 밝혔고, 애플 역시 지난달 달러화 상승이 4분기 매출액을 6억5000만달러 깎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달러화 랠리가 지속될 경우 기업 실적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보다 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달러화 강세는 유가에도 부정적이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국제 유가가 강달러로 인해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에너지 기업은 물론이고 장기 저유가에 버티지 못하고 감산 움직임을 보이는 산유국에도 커다란 리스크에 해당한다.
자산 시장에도 지나친 달러화 강세는 부정적이다. 파장은 이머징마켓에 제한되지 않고 뉴욕증시까지 강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피에라 캐피탈의 조나단 루이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화 강세가 글로벌 자산시장을 불안정하게 흔들고 있다”며 “상당히 커다란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