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민준 기자] 조선과 건설 등 전방산업의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철강사들이 최근 공급과잉 품목인 '후판'에 대한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관심을 끈다.
'조선 빅3'라는 대형 수요처와 연결고리가 있는 후판의 체질개선은, 철근이나 파이프(강관) 등 건설용 강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생산하는 고부가 후판<사진=현대제철> |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 3사는 내년 판매계획을 올해보다 140만t 줄어든 800만t까지 줄였다.
이는 지난 2015년부터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며, 업체별로 보면 포스코가 60만t, 현대제철이 40만t, 동국제강이 40만t을 감축하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생산능력대비 실질적인 수요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며 "국내 소비 위축과 수주 대기일수 감소에 따른 생산성 하락 등으로 후판 생산량은 800만t 수준에서 멈출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후판 3사는 생산라인 폐쇄를 기반으로 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최근 동국제강은 연산 180만t급 후판라인을 포함한 포항공장 일체를 매각한다는 내용의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정부에 요청, 이날(22일) 최종승인 받았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작년부터 매각 추진해 온 제2후판 공장은 다시 돌릴 계획이 없다"며 "업계와 회사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며 이를 통해 산업 안정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해 주요 거래처인 STX조선과 거래중단으로 역대 최저의 후판 판매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큰 동국제강은, 정부 지원에 힘입은 사업재편 등으로 재기를 꾀하려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지난 9일, 포항공장 내 연산 100만t급 후판라인 1기에 대한 가동중단검토 의사를 정부 측에 전달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정부 구조조정 방안에 이행하는 차원에서 생산량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후판은 고부가화 및 수급밸런스를 맞추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경우 후판라인 매각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 당진에 연산 350만t 규모 후판설비를 구축한 이 회사는, 매각보다 고부가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아직 더 줄여야 할 만큼 포화상태는 아니다"며 "내년에 후판 수요가 더 감소하게 되면 그 때 가서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철강업계는 지난 9월, 정부가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원샷법 등을 통한 체질개선에 상대적으로 적극 움직이는 모습이다.
단, 업계 대내외에서는 공급과잉 해소라는 당초 취지를 충족시키기에는 제한되는 기업이나 품목에 집중된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
철강 원샷법 1호기업인 하이스틸은 강관을 생산하지만 전체 시장 점유율은 약 7%에 불과하며, 2호인 현대제철도 정부가 지적한 과잉품목이 아닌 단조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정부지원을 요청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산업전체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기업의 이익 확보에 치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