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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조세 청탁금지법 만들자"…정치권력 압박 원천봉쇄해야

기사등록 : 2016-11-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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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조세 한 해 20조원에 육박…이것만 줄여도 기업경쟁력 대폭 상승
'기업판 김영란법' 도입해 반강제 모금 금지 필요

정경유착 성격 변화…손목 비틀기에 '보험료' 낼 수밖에

[뉴스핌=이승제 선임기자] 기업들이 강제로 내고 있는 준조세 관련 법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아예 유착고리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사적 남용을 막고 기업이 본연의 활동인 경영에 전념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23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제2의 최순실 게이트를 막기 위해 준조세 관련 법과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려는 움직임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중 가장 힘을 얻고 있는 대안은 비자발적인 기부나 자금 할당 및 차출을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준조세 청탁금지법'(가칭), '기업판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일정 기준 이상의 반강제적 모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다. 필요할 경우 반드시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해 권력의 사적 요구나 이해관계가 개입할 소지를 원천봉쇄하자는 게 핵심 취지다.

기업경영 옥죄는 준조세 없애 경쟁력 높여야

준조세는 크게 ▲기업부담 사회보험료 ▲부담금관리기본법에 열거된 각종 부담금 ▲비자발적인 기부금 및 성금으로 나뉜다. 이중 마지막 항목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고 있어 권력의 사적인 욕망과 이해관계가 언제라도 개입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이런 유형의 초대형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세월호 성금, 연말불우이웃돕기 성금, 미소금융, 동반성장기금, 창조경제혁신센터, 청년희망펀드, 평창동계올림픽 후원 등 다양한 형태의 자금지원에 동원됐다. 1980년 초반 일해재단(598억5000만원 기부-전두환 정부), 대북 비료보내기 사업(100억원- 김대중 정부), 사회공헌사업(삼성 8000억원, 현대차 1조원 출연 약속-노무현 정부) 미소금융재단(대기업, 은행 2659억원-이명박 정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굳어진 대기업 사회공헌의 '황금비율'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삼성이 2를 내면 현대차 1.2, SK 1, LG 0.8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이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공헌 또는 기부, 후원 등으로 낸 자금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18개 대기업과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까지 더하면 최소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계는 이와 관련 반강제적 기부금 요구를 막아줄 법의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수출이 역성장하고 있고, 내수 위축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준조세 부담을 대폭 줄여 달라는 절박한 요구다.

재계에 따르면 준조세는 매년 꾸준히 늘어 한 해 20조원 가량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법정부담금, 기부금, 강제성 채권 등 20조원 가량을 더하면 40조원에 이른다.

정경유착의 성격 변화, 부패한 권력의 무한 이기주의

전문가들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경유착 현상과 과거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의 정경유착을 구분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경유착의 성격과 진행 과정이 크게 바뀐 만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누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가이다. 과거에는 대기업 이른바 재벌 중심의 정경유착이 일반적이었다. 각종 규제 완화는 물론 불법과 탈법을 넘나드는 특혜를 받기 위해 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민 경우가 많았다는 것.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 각종 법들이 본격 도입되면서 정경유착의 적극적인 주체가 기업에서 권력과 정부 쪽으로 넘어갔다. 최고권력자와 그 측근들이 정경유착의 주체로 나서 기업의 손목을 비틀어 자금을 강탈하기 시작했다.

부패한 권력이 자신의 욕망과 주머니를 채우는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기업 총수나 그 일가, 그리고 기업에 세무 조사나 취약점을 틀어잡고 목에 칼을 들이댄다. 약점을 잡힌 기업과 총수 입장에선 울며겨자먹기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보험료'다.

더불어민주당을 선두로 야당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삼성 등 대기업의 정경유착 행태를 강력 처벌해 뿌리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경유착의 형성 고리 자체를 끊어내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다.

부패한 권력이 기업을 강제할 통로와 수단을 원천봉쇄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대기업도 불법·탈법 행위로 트집 잡힐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이승제 선임기자(openeye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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