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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배상희 기자] 지난 2014년 ‘대어(大漁)’ 알리바바를 뉴욕에 뺏긴 홍콩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 문제로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알리바바 산하 금융서비스 업체 앤트파이낸셜(螞蟻金服∙마이진푸)의 홍콩증시 상장 희망 의사를 밝혀왔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돌연 이를 철회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고 나섰기 때문.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종합 금융그룹과 같은 곳으로 기업가치가 우리돈 60조원~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 회장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핵심적 배경은 차등의결권 제도의 허용여부다. 알리바바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허용하지 않는 홍콩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뉴욕 상장을 결정한 바 있다. 중국 스타트업 가운데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공개(IPO) 시점이 내년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마 회장이 보낸 최후의 통첩(?)에 홍콩거래소가 어떻게 응답할 지에 투자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또 한번 찾아온 대어, 홍콩의 결정은?
최근 마 회장이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목된다.
마 회장은 “앤트파이낸셜의 상장과 관련해 많은 매체의 보도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앤트파이낸셜의 홍콩상장은 확정된 바가 없으며, 홍콩이 준비가 됐을 때에만 상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콩은 수십 년 전 인터넷시대가 도래하기 전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면서 “이는 스타트업과 신산업에는 맞지 않는 규정으로서 현재의 상장규정을 개선해야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 회장은 앤트파이낸의 홍콩상장 여부와 관련해 “매우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그가 돌연 이같은 심경변화적 발언을 하고 나선 것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허용하지 않는 홍콩증권거래소의 상장 규정 때문이다.
차등의결권은 1주 1의결권(one share, one vote)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1주당 의결권이 서로 상이한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4년 홍콩 상장이 점쳐졌던 알리바바가 돌연 뉴욕행(行)을 결정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차등의결권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게 더욱 필요한 제도다. 적은 지분으로도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1994년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회사의 상장을 허용했다. 페이스북, 구글, 링크드인 등 다수의 미국 벤처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해 상장했다.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상장한 2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9274억2000만달러(약 1060조5000억원)에 달한다.
마 회장은 2014년 알리바바의 상장을 앞두고 홍콩증권거래소에 적은 지분으로도 회사를 통제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허용을 요구했지만, 홍콩금융당국(SFC)은 특정한 기업에 호혜를 주기 위해 규정을 다시 검토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이유를 제시하며 무산시켰다.
당시 알리바바의 지분은 미국 야후가 24%, 소프트뱅크가 37%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단 10%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마 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차등의결권제도가 허용되는 뉴욕 상장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
데이비드 그레이엄 홍콩거래소 규제 수석 겸 상장부문 대표는 당시 “상장위원회는 현재로서는 차등의결권 도입 초안을 더는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다만, 차등의결권 도입 문제를 미래의 검토대상으로 남겨둔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앤트파이낸셜은 현재 차등의결권을 활용하지 않아, 홍콩 상장에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마 회장의 이번 발언은 앤트파이낸셜이 홍콩 상장을 포기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홍콩 입법회(국회 격)의 금융서비스업계 대표인 크리스토퍼 청(張華峰∙장화펑) 의원은 “전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흐름 속에, 상장 기준 또한 변화돼야 한다”면서 “만약 변화되지 않는다면, 많은 IT 및 신흥경제 주요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시장에 상장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2013년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343개 기업 중에서 6%에 해당하는 22개 기업만이 IT업종의 기업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는 전세계 시장의 치열한 기업 유치 경쟁 속에 기업의 IPO 횟수가 줄어들자, 올해 9월 차등의결권 지배구조 기업의 상장을 허용했다.
한편, 지난 9월 19일(미국 현지시간) 알리바바가 뉴욕 상장 2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16일 기준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2610억 달러에 육박, 텐센트를 제치고 시총 기준 아시아 기업 1위를 기록했다. 15일 홍콩증시 종가 기준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약 2559억8000만 달러였다.
◆ 몸값 높은 ‘개미’, 놓칠 수 없는 이유
홍콩증권거래소가 앤트파이낸셜을 놓쳐서는 안될 이유는 그 성장잠재력과 파급력 때문이다. 앤트파이낸셜이 홍콩증권거래소에서 IPO를 추진할 경우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가 발표한 ‘2016년 중국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 순위’에 따르면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45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증가하며, 올해 중국 최고 몸값의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이는 샤오미(小米∙450억 달러)와 디디추싱(滴滴出行∙276억 달러)을 앞서는 수치다. 이로써 앤트파이낸셜은 우버(약 620억 달러)에 이어 전세계 비상장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가 상위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올해 4월 45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인터넷 기업이 조달한 단일 자금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한 중국 건설은행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중국을 넘어 해외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지난 2014년 싱가포르 모바일 결제 보안서비스 업체 V-KEY와 제3자결제서비스 업체 페이방(Paybang)을 시작으로 지난해 인도 페이티엠(Paytm)과 한국 인터넷은행 케이뱅크(K-BANK)에 투자했다. 올해 들어서는 태국 금융사 어센드머니(Ascend Money)의 지분 20%를 매입하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한국, 룩셈부르크 등 6개국에 지사를 설립한 상태다.
앤트파이낸셜이 이처럼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자회사인 모바일 결제서비스 시스템업체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의 성공에 따른 것이다.
올해 10월 기준 알리페이 이용자는 4억5000만명을 넘어섰고, 그 중 해외 이용자만 400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앤트파이낸셜이 투자한 인도 제3자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티엠 서비스 이용자 1억5000만명까지 더하면 전체 해외 이용자는 2억명 가까이 된다. 현재 앤트파이낸셜의 중국 제3자결제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약 68%에 달한다.
알리페이는 올 9월까지 70개 국가, 8만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재 한국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한 10여곳의 해외공항에서도 알리페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