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위한 공개 세미나가 또 다시 SK텔레콤 대 KT·LG유플러스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이동통신 시장을 혼탁하게 한 이통3사의 진흙탕 싸움이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놓고 또 다시 반복되는 모습이다. 시장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는 극단적 대립 구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언론학회는 29일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유료방송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정책 개선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유료방송 공정경쟁 환경 조성이었지만 발제와 토론은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집중됐다. 특히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법적 문제성과 규제 필요성에 몰두했다.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수는 2012년 796만명에서 2015년 6월 기준 1199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체 유료방송 이용자(2800만명) 대비 42.3%가 결합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정광연 기자> |
이상식 계명대학교 교수는 “SK군(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의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는 2012년 140만명에서 2015년 6월 기준 319만명으로 12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KT는 299만명에서 403만명으로 34.8%, LG유플러스는 107만명에서 206만명으로 91.7%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현재 방송통신 결합에 따른 시장 지배력 전이를 우려하는 KT, LG유플러스와 오히려 이동통신 가입자와 매출액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SK텔레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은 과도한 경품 지급이나 과다 할인 등 많은 문제를 낳았으며 국내 유료방송의 문제점인 저가 요금 기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공정거래법 등에서도 불공정 경쟁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고 사실상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추환 영남대 교수 역시 지배적 사업자의 재·위탁판매가 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을 왜곡시켰으며 방송시장 지배력도 확산시켰다며 SK텔레콤을 정조준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입장이 고스란히 투영된 셈이다.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이통사 대리전으로 변질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일 미래부가 개최한 ‘유료방송 발전방안 2차 토론회’에서도 이상헌 SK텔레콤 상무와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놓고 감정적으로 대립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통사들이 학회를 앞세워 자사 입장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건 오는 12월 공개 예정인 미래부의 유료방송 발전방안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방송통신 결합상품 규제 여부에 따라 이통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인 IPTV 사업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객관적인 논의를 저해하는 경우가 빈번해 자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자시 이익을 위해 경쟁사의 주장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통사들의 행태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며 “유료방송은 이통사들의 전유물이 아닌, 더 많은 사업자와 소비자가 얽혀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