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NH투자증권은 인도 정부의 이번 화폐개혁이 정부의 세입을 늘리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거래의 투명성을 늘려 장기적으로는 인도 경제를 선진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자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30일 "인도 경제의 현금 의존도가 높다보니 불법적으로 현금을 축적한 사람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 특히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 계층이 (화폐개혁으로) 타격을 크게 받고 있다"며 "고급 호텔에서부터 노점상까지 이번 조치로 인한 매출감소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2016년 회계년도의 3분기와 4분기(2017년 3월) 인도경제 성장률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8일 인도 모디 총리는 시중에 유통되는 500루피(한화 약 8500원)와 1000루피 지폐를 그날 자정부터 통화자격박탈(demonetization)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신권으로 교환을 하라는 조치지만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금액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한다. 또 예금액이 25만루피를 넘을 경우 세무부서에 자동으로 신고가 들어간다.
결국 보유현금을 신고해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해 공개가 꺼려지는 돈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인도 경제의 3분의 1에 맞먹는 규모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한 개혁정책이다.
구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가계의 유동성과 부가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보유 현금의 부족으로 가계의 구매여력이 감소하고 인도 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 관행을 고려하면, 현금의 상당부분이 폐기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에 폐기되는 구권 총 금액은 GDP의 10%이며 이 중 약 20%가 신권으로 교체되지 못하고 폐기된다면 GDP의 2%에 상응하는 부가 사라지는 셈이다.
반면 화폐 감소로 중앙은행의 부채가 감소하고 이는 정부로 하여금 여러 소비진작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재원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화폐 교환 과정에서 은행의 예금액이 늘어나 은행의 투자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인도의 국채 금리가 다른 이머징 국가와 달리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로 검은 돈의 일부는 정부의 조세망에 잡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OECD국가 중 조세수입이 최하위권에 속하는 인도 정부의 세입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경제 전반적으로도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전자거래나 카드사용 등을 통해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 인도 경제를 선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신권이 구권을 완전히 대체할 때까지 경기 민감재를 중심으로 한 소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검은 돈의 세탁 경로로 사용되던 부동산 거래, 금 거래 등이 크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구 연구원은 "인도 내부에서도 불만이 만만치 않다"며 "예측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인도의 성장률이 앞으로 1~2분기간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