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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화폐 86% 폐기한 인도... "세수증진 효과보다 손실 커"

기사등록 : 2016-11-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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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거래 막히면서 사회적 혼란… 경제성장 꺾이나 우려

[뉴스핌=이고은 기자] 우리 돈으로 1만원과 2만원 현금 화폐를 '사용 금지'시킨 인도의 화폐개혁이 시행 3주 차에 접어들면서 많은 진통을 일으키고 있다.

세수 증진과 그림자 경제 양지화를 목적으로 단행한 개혁이나, 실제 효과는 미미한데 일반 국민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사진=AP>

◆ 500·1000루피. 시중 유통 현금의 86% 차지

지난 8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부패 척결과 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500루블과 1000루블 구권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 지폐는 우리 돈으로 각각 9000원, 1만8000원 정도다. 유통되는 현금의 86%가 더이상 합법적인 화폐로 인정되지 않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인도는 대부분의 거래가 현금으로 이루진다. 전체 거래량의 약 90%~98%가 현금 거래로 추정된다.

갑작스럽게 현금 거래의 대부분이 막히면서 인도 곳곳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신권에 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ATM기와 은행 앞에 줄을 길게 서있는 것은 일상이 됐다. 특히 생계를 위해 현금거래에 의존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자기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현재의 일시적인 현금 부족은 보다 장기적인 부작용도 낳을 전망이다. 농작물을 심으려는 농부가 종자를 충분하게 구하지 못하고, 막대한 현금 투자가 필요한 부동산 매매 역시 급격히 둔화됐다. 특히 화폐개혁 이후로 일반인들의 결혼이 뚝 끊겼다는 소식이다. 인도에서의 결혼은 대부분 친척이나 친구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아 치러지는데 현금 흐름이 막혀 결혼도 여의치 않아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화폐개혁으로 인해 현재 호황을 맞고 있는 인도의 경제가 4분기에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탈세, 범죄와의 전쟁 노린 화페 개혁, 대가 크다

인도인들은 연말까지 은행에서 500루피와 1000루피 구권을 500루피와 2000루피 신권으로 교체해야 한다. 한 사람이 25만루피 이상을 신권으로 교환하기를 원할 경우 돈을 벌어들인 경로를 밝히고 세금을 납부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탈세가 드러날 경우 미납된 세금의 20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모디 정부가 이처럼 큰 혼란을 감수하고 화폐 개혁을 단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도 정부는 2013년 인도 국민의 1%만이 세금을 납부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카우시크 바수(Kaushik Basu) 전임 인도정부 경제보좌관은 인도의 '그림자 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정부는 화폐개혁을 통해 테러조직 소탕 효과도 함께 노리고 있다. 범죄조직의 경우 돈의 입수 경로를 밝히기 어렵고 세금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권을 은행에 예치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구권을 취합함으로써 테러조직이 위조한 지폐를 걸러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폐개혁이 조세 회피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로히니 판데(Rohini Pande)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검은 돈'은 대부분 현금이 아닌 금, 은, 부동산 및 해외 은행 계좌로 보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부패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더라도, 검은 돈을 줄이는 것과 개혁 과정의 손실 간 균형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뉴스사이트인 복스(Vox)는 "모디가 검은 돈을 단속하기 위해 조잡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익보다는 손해로 남는 과정일 것"이라고 논평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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