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현대자동차가 하반기에 출시한 신차의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신형 i30와 신형 그랜저 판매량이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어서다.
신형 그랜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만큼, 현대차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내수 부진에 시달려온 현대차에 신형 그랜저가 ‘오아시스’ 역할을 해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신형 i30를 463대 판매했다. 월 판매 목표인 1250대의 37%에 머문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신형 i30를 출시하면서 연간 판매 목표를 국내 1만5000대를 포함, 글로벌 25만대로 세웠다. 하지만, 신형 i30 출시 첫달인 10월 648대(구형 i30 포함) 판매에 그친데 이어 지난달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신형 i30와 함께 현대차의 소형차인 엑센트 판매량도 684대다. 올 상반기 1000대를 웃돈 실적 대비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게 됐다. 벨로스터와 i40는 나란히 33대씩 판매되며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반면, 신형 그랜저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있어도 안 팔리는’ 신형 i30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출고를 시작한 신형 그랜저는 영업일수 7일만에 4606대 팔렸다. 이에 앞서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난달 2일 하루 만에 1만5973대 계약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예고했다. 신형 그랜저의 누적계약대수는 1일 기준, 3만3000대를 넘어섰다. 내수 연간 10만대 목표의 30%를 한 달만에 채운 셈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처럼 엇갈린 신차 효과에 대해 예단하기 이르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신형 i30와 신형 그랜저의 주요 판매 국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신형 i30는 유럽 등 해외, 신형 그랜저는 내수 중심이다. 현대차는 미국에 신형 그랜저를 출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형 승용 모델 중에선 제네시스 G80과 G90(내수명 EQ900), 쏘나타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형 i30는 해외 판매 비중이 90% 이상 압도적인 만큼,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되는 내년을 봐야할 것”이라며 “제품 분포를 볼 때 평균 판매 단가가 높은 신형 그랜저 판매가 늘수록 수익성 회복이 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형 i30는 내년 1월 유럽 체코공장에서 양산을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신형 i30 보다 신형 그랜저의 판매량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소형차 보다 대형차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빠른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연구원은 “현대차는 부진한 아반떼와 쏘나타 판매를 수익성 높은 그랜저와 제네시스로 만회 중”이라며 “7일 동안 4606대 팔린 신형 그랜저는 12월에도 1만5000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이고, 제네시스도 국내 판매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판매 또한 파업 종료로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