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을 향해 거듭 쓴 소리를 내뱉고 있지만 실상 중국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 무역주의 정책이 중국을 국제 교역의 핵심 축으로 부상시켰다는 주장이 월가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힘을 얻는 한편 이민 정책 역시 중국에 쏠쏠한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블룸버그> |
이미 중국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강경책에 따른 실익을 챙기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미국이 불법 이민과 외국인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틈을 타 실리콘밸리의 우수한 IT 인력을 낚아채겠다는 행보다.
중국판 구글로 통하는 검색 업체 바이두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두의 로빈 리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미국 대선 결과를 실리콘밸리의 인력을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우수 인력에게 최대 1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동시에 창업자들에게 든든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불법 인민자를 퇴출시킨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이외에 백악관 고문으로 발탁된 스티브 배넌은 미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 IT 업계 경영자들의 귀를 더욱 솔깃하게 하는 소식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했다.
중국의 한 대기업 경영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배넌 고문이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 가운데 4분의 3이 아시아 이민자라는 사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했다”며 “이 때문에 상당수의 경영자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이후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하는 우수한 IT 인력들이 중국으로 이동해 기술 혁신에 도약을 가져오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알리바바 <출처=신화/뉴시스> |
주요 외신에 따르면 H-B1 비자 프로그램 하에 매년 8만5000명의 기술 인력 및 대학 졸업자들이 미국에서 취업한 뒤 궁극적으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획득하는 실정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맹렬하게 비판했다. 또 취임 후 100일 이내에 노동부를 통해 비자 프로그램을 부적절하게 이용해 취업,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례를 적극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령, 학생 비자를 받아 미국에 건너온 뒤 취업한 이들이 단속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장관으로 발탁된 제프 세션스 역시 실리콘밸리 IT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인력 채용을 선호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샤오미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발 벗고 나서는 중국 IT 기업들에게 미국의 변화는 황금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이두의 대변인은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해외 고급 인력들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가상현실과 무인자동차 등 첨단 기술과 관련된 인력을 적극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룡 검색업체인 구글의 부사장 자리를 버리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의 해외 사업 부사장 직으로 옮긴 휴고 바라와 같은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중국 IT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세계지적자산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총 290만건의 전세게 특허 신청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100만건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신청 건수는 52만6000건으로 크게 뒤쳐졌다.
중국의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현재 약 6억명에 이르고, 2019년 7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이미 7억명에 달했다.
외형을 갖춘 중국 IT 산업에 해외 고급 인력의 합류는 기름에 불 붙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