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체제 정비'를 언급, 향후 삼성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부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저 자신을 비롯해 체제를 정비하고 더 좋은 기업,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그는 또 "여론을 준엄하게 받아들인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삼성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사태 계기로 많이 느끼고 있다"며 "정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도록 제가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할 수 잇는 일은 다 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체제 정비', '변화' 발언이 미래전략실 폐지 또는 개편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연말 미래전략실의 규모를 축소한 바 있다. 전략1팀과 전략2팀을 합치고 이건희 회장의 의전을 담당하던 비서팀까지 없앴다.
청문회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의 의사결정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갤럭시 노트7 리콜사태의 근원은 미래전략실(미전실)이다. 애플 아이폰7 출시 한달 전에 급히 출시한다는 결정이 미전실에서 내려졌다"며 "지난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도 미전실에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또 참고인으로 나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입을 빌어 삼성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아닌 미전실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데 미전실은 권한은 있고 책임은 지지 않기에 무리한 판단을 내리고 불법행위로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 왜 의혹이 나온다고 생각하나"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부족했던 점이 많다.좀 더 일을 추진함에 있어 입장을 투명하게 설득을 했어야 햇다"고 언급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삼성은 특검 이후 전략기획실 해체를 약속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 미전실을 만들어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각종 불법행위의 중심에 미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최근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오르면서 책임경영에 나선 이 부회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대 수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미전실 기능 추가 축소 및 폐지 수순을 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수평적 직급체계로의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7단계 직급(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체계를 4단계(CL1~CL4)로 단순화하고 호칭을 '000님'으로 통일하는 내용이다. 인사 혁신은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3년전인 1993년 6월 발표한 '신경영' 하에서 자리잡은 수직적 직급 체계에 대변화를 시도하는 것. 재계는 사실상 신경영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이재용 뉴삼성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