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12월 7일 오후 4시30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한기진 기자] 국제사회의 대 이란 무역금융 규제완화와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 등으로 한껏 들떴던 이란 대박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올한해 양국간 교역 및 투자 규모를 드러내는 외국환거래는 한 건도 없다.
7일 국내 무역업체와 이란계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따르면 올 한해 양국간 수출입물품 대금 결제 및 투자에 필요한 외환거래실적은 전무하다(9월말현재).
양국간 무역금융 현황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매입외환 거래는 0원이다. 무역과 투자 규모를 함께 보여주는 기업의 외화대출, 은행간 외화 대여금 실적도 전무하다. 우리 정부가 멜라트은행을 규제하기 직전인 2010년 12월말에는 각각 4385억원(평균잔액), 1조70억원에 달했다. 매입외환이란 수출업체가 수입업체로부터 받을 수입어음(외화)을 거래은행에 제출한 뒤 대금을 미리 받는 거래다. 은행은 나중에 수입업체에 지급액수만큼 청구한다.
교역을 통해 생기는 외환을 보통예금으로 예치하는 외화예치금 등의 외화자산도 43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말(4200만달러)보다 겨우 100만달러 늘어난 액수다.
한국기업과 이란간 교역이 사실상 없다보니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영업이익은 1억5600만원(9월말)에 그쳐 작년 12월말 7억5800만원보다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멜라트은행은 2001년5월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시작한 뒤 중동 경기 활황으로 한국·이란 간 무역금융을 독점하며 큰 재미를 봤다. 서울지점 한곳밖에 없는데도 당기순이익이 한때 396억원(2010년말)에 달했고 직원 수는 최고 30명에 달했다. 지금은 12명에 불과하다.
김태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장은 “한국정부와 이란중앙은행이 만나 (양국간 교역) 업무정상화를 노력하고 있지만, (올 초 대비) 상황에 전혀 진척된 것이 없다”면서 “원화 외에 유로화 결제도 가능해졌지만 수요가 없어 활성화가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국내은행 중 유일하게 이란 테헤란에 현지사무소를 개설했지만 영업개시 시점도 못 잡고 있다. 이란과 원화결제시스템과 이란 교역 및 투자지원센터를 운용할 정도로, 이란 금융거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사무소를 지점 또는 법인으로 전환할지 검토 중이고 아직 현지에 어카운트(통장 계좌)도 개설하지 못했다”면서 “유로화결제시스템도 구축 중이라고 설했다.
멜라트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민간은행의 무역금융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역과 사회간접시설(SOC) 등 민간교역 활성화에 필요한 자금이 현지 금융사정으로 제대로 조달되지 못하기 때문. 한국정부가 정책금융을 활용해 거래물꼬를 트기 위해 애쓰는 정도다.
수출입은행이 자동차·철강·화학제품 등 수출유망품목을 중심으로 국내기업의 이란 수출거래에 포페이팅(Forfaiting) 방식으로 455억원을 지원한 게 눈에 띄는 무역금융의 전부다. 포페이팅이란 해외 수입국은행이 발행한 기한부 신용장 (Usance L/C)에 기초해 발행된 수출 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은행이 수출자로부터 매입해 자금을 지원하는 수출금융 기법의 하나다.
'이란 대박'은 올 1월 미국이 무역·경제제재를 완화하면서 한껏 부풀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5월초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이란을 찾아 천문학적 금액을 수주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양국간 교역 및 투자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렇지만 올해가 끝나가도록 진척이 없다. 이는 미국의 추가 금융규제 완화 등 흐름을 보지 않고 우리 정부가 너무 앞서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