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7일(현지시각) 남북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첫 보고서를 내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7일 발표한 남북 이산가족 보고서.<이미지=OHCHR 보고서> |
OHCHR은 보고서에서 "한반도 내 가족 분리로 고통이 계속되며 피해자 대다수가 고령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급하게 가족 분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60년 이상 만나지 못한 가족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은 "비자발적 분리가 감정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고통을 초래하고, 진실을 규명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락이 닿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고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OHCHR 보고서는 1950년 발발해 1953년 끝난 한국전쟁 후 가족이 분리된 여러 복잡한 배경을 조사하고 "가족 분리는 실향, 강제실종 및 납치를 비롯하여 개인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이탈하면서도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후세인 인권최고대표는 "본 보고서는 과거와 현재에 발생한 비자발적 가족 분리를 살피고, 가족재결합을 도울 실질적이며 피해자를 배려하는 접근 방법을 기술한다"면서 "가족과 분리된 이들은 단순히 통계수치로 설명할 수 없으며, 굴곡진 역사에 묻혀버릴 얼굴없는 피해자도 아니다. 개인 하나 하나가 상상하기 어려운 각자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도 고통은 줄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 전쟁 중 100만~500만명이 가족과 떨어져 남과 북 어딘가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에서는 2000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산가족 재회 사업에 약 12만9616명이 참가신청을 했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봉하지 못한 채 숨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산가족 당사자들의 고령화가 진행돼 이산가족 재회 신청자 중 살아있는 사람의 55%가 80세 이상이라며 한시라도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남북 모두에 호소했다.
보고서는 가족 분리를 해결하는 책임은 우선적으로 남북 양국에 있다며 ▲한국전쟁 실종자 소재 파악 및 인권보호 ▲북한의 실종자 소재 파악 및 송환 ▲주민 여행 및 소통 제한 조치 철회 ▲남북 간 정치 및 군사 긴장고조 상태 해소 등을 권고했다.
앞서 미국 하원도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인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H.Con.Res.40)'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 결의안을 구두표결로 채택하고 상원에 전달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표결 전 "약 10만 명의 미국내 한인들이 북한의 친지와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인 이산가족들의 평균 나이는 80살이고, 90살이 넘은 사람들도 많다. 헤어진 친지와 마지막 상봉이 진작 이뤄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외교위원장과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 등 155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결의안은 연방의회가 북한 정부에 재미 이산가족 상봉 허용을 촉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실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레이스 맹 하원의원은 결의안 채택 후 성명을 통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한인 이산가족 결의안이 통과돼 자랑스럽고, 하루 빨리 한반도에 통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또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산가족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동료의원들과 함께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북 이산가족의 문제해결을 촉구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보고서 한국어 요약문이다.
◆ 유엔 보고서, 한반도 가족 분리 해결을 촉구
제네바/서울 (2016년 12월 7일) –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한반도 내 가족 분리로 고통이 계속되며 피해자 대다수가 고령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급하게 가족 분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서에서 촉구했다. 60년 이상 만나지 못한 가족도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은 “비자발적 분리가 감정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고통을 초래하고, 진실을 규명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락이 닿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고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12월 7일 자로 발간되는 보고서는 1950년 발발하여 1953년 끝난 한국전쟁 후 가족이 분리된 여러 복잡한 배경을 살폈다. 가족 분리는 실향, 강제실종 및 납치를 비롯하여 개인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이탈하면서도 발생했다.
“본 보고서는 과거와 현재에 발생한 비자발적 가족 분리를 살피고, 가족재결합을 도울 실질적이며 피해자를 배려하는 접근 방법을 기술한다. 가족과 분리된 이들은 단순히 통계수치로 설명할 수 없으며, 굴곡진 역사에 묻혀버릴 얼굴없는 피해자도 아니다. 개인 하나 하나가 상상하기 어려운 각자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도 고통은 줄지 않는다”고 인권최고대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기록한 피해자 진술을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의 피해자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보고서는 한반도 비자발적 가족 분리는 전쟁이 필연적으로 낳은 결과일뿐만 아니라 “분쟁으로 표면화한 구조적 배제, 불처벌, 무력화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파악했다.
여성은 특히 오랫동안 편견에 시달렸고 보고서에서도 이를 조명했다. 85세 박동열이 진술한 바에 따르면, 1950년 이북 고향을 떠나면서 부산으로 향하는 배에 오를 수 없었다. 여성이 배에 타면 저주를 받는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박동열은 결국 걸어서 이남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간첩으로 의심 받았고 경찰이 지속적으로 감시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이북에 있는 가족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사라지고” 결혼을 선택했다.
1953년 이래 대한민국에서 12만 9616명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 가족과 상봉하기를 희망하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절반 이상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상봉목록에 등록된 이들 가운데 55퍼센트는 80세 이상이다.
2000년부터 비정기적 상봉행사가 이루어졌는데, 남북 양측에서 각 100 가족씩 참여하여 철저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잠시동안 가족과 만났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일부에게도 가족 상봉은 마음의 안정보다는 고통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기술한다.
“상봉행사장에서는 거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기자가 취재를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봉을 감시했다. 두 시간 따로 만나는 때가 되서야 딸이 울음을 터뜨렸다.”고 88세 지은경*이 말했다. 지은경은 2015년 행사에서 64년 전 이북에 두고 온 딸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친인척이 납치된 이들 사례도 살폈다. 정순의의 아버지는 1950년 강제실종되었다. 아버지 납치 후 남은 가족은 간첩으로 의심받게 되었다. “항상 연좌제로 처벌받는 느낌이었다”고 정순의는 말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이탈하여 대한민국에 도착한 이들 수는 2008년 이후 감소하였는데, 이는 국경단속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기술한다. 탈북자 다수가 여성인데, 탈북 결심과 시도는 결코 간단한 결정이 아니다.
“탈북 시도는 생명을 담보로 하고, 탈북 과정에서 체포될 시 강제노동형 등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위험을 감수한다. 또한 국경을 넘더라도 남겨진 가족이 당국으로부터 보복이나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탈북자 대다수가 학대와 착취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강제북송 우려로 안전을 위협받고, 중국에서 아이를 낳은 여성 다수가 이목을 끌까 우려하여 출생 등록을 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가족 분리를 해결하는 책임은 우선적으로 남북 양국에 있다고 명시한다. 주요 권고 사항은 다음과 같다. 남북 주민 간 제한없이 소통을 허용하도록 하며, 한국전쟁 후 실종자 전원 목록을 작성 및 공개하며 이들 소재를 파악하고, 여성과 아동을 포함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탈자가 인신매매를 비롯하여 가족 유대를 끊을 수 있는 인권 침해를 겪지 않도록 보호한다.
더불어 보고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납치된 이들 소재를 파악하고 송환할 수 있게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자국 내 주민이 국외로 여행하거나 소통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를 철회하도록 촉구했다.
보고서 권고를 이행하고 상황을 개선하는 데 역내 정치 및 군사 긴장 고조가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치 및 군사 긴장 고조로 가족상봉이나 남북 양측 대화가 중단된 상태이다.
보고서는 “긴장이 고조되면서 가족 분리 문제를 공동으로 우선순위에 두고 해결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따라서 피해자는 더욱 소외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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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