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리인하’ 주장을 꺼내들었지만,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종전에는 채권시장이 종종 KDI의 주장을 통해 정부의 의지를 읽곤 했는데 이번에는 흘려듣는 분위기다.
금리인하를 주장하기에는 현재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데다가, ‘최순실 사태’로 정부가 국정운영에 사실상 손을 뗌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의 주도권이 한국은행으로 온전히 넘어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지난 7일 KDI는 우리나라의 2017년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성장률 전망과 함께 KDI는 금리인하와 확장재정정책도 권고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3년물이 전일대비 0.1bp, 5년물이 0.4bp, 10년이 0.4bp 하락 마감했다.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 강세폭이 적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20일 KDI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춘 2.6%로 발표했을 때는 금리인하 기대감에 불이 붙으면서 강세장이 펼쳐졌다.
당시 3년물, 5년물, 1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전일대비 2.5bp, 3.7bp, 5.2bp로 하락 마감했다. 또 KDI의 권고가 있은 지 20여일 뒤인 6월 9일엔 한은이 실제로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어제 장중 약세로 가다가 KDI 발표가 나오고 강세로 돌아섰다”면서도 “과거에 비해서는 강세요인으로서 제한적으로 작용했던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DI의 금리인하 권고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이유로 가장 먼저 대외적 요인을 꼽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물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나 미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등의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5월의 상황과 달리 지금은 브렉시트도 있었고, 트럼프 당선으로 금리가 급등했었다는 걸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가 새삼스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우리나라 펀더멘탈 자체가 취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KDI가 전망치를 낮춘 게 그렇게 놀라운 이슈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KDI는 국책연구기관으로 그동안 정부의 복심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탄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책연구기관의 메시지에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국내 여건에 집중할 수 없는 시기”라면서도 “부수적으로 보면 현 정권의 힘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의 추가 한은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도 있어, KDI가 금리인하를 요구한다고 해도 그 영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