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삼성물산이 올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2년 만에 수주실적 1위로 올라섰다.
건설사들 대부분이 지난해 대비 절반가량 수주실적이 줄어든 가운데 삼성물산이 전년비 약 20% 감소하는 '선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수주량은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지난 13일 기준 해외수주액은 241억달러(21조1400억원)로 전년대비 45%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2006년 이후 최저치다.
14일 해외건설협회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외수주액 1위는 삼성물산이 차지했다. 올해 10여 일이 남았지만 2위와 격차가 커 무난히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에서 총 47억2000만달러(5조5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수주액이 더 큰폭으로 줄어들다 보니 해외경기 불황을 고려할 때 선방했다는 평가다.
올해 동남아 시장에서 잇달아 공사를 따낸 게 실적 유지에 큰 힘이 됐다. 싱가포르 주법원 공사(3880억원), 말레이시아 사푸라 오피스 빌딩 공사(2450억원), 지하철 톰슨라인 T313구간 공사(7370억원),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지반개량 공사(2800억원) 등이 주요 실적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초 계획한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지하철, 공항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주한 게 해외수주 경쟁력을 유지에 힘이 됐다”며 “국제유가 및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해외시장 공략이 만만치 않지만, 내년에는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위는 건설 ‘종가(宗家)’ 현대건설이 차지했다. 이 회사는 올해 29억6000만달러(3조4500억원)을 수주했다. 지난해(3조9700억원)에 비해 14% 가량 줄어든 실적이다. 쿠웨이트 ‘알주르(Al-Zour) LNG 수입 터미널 공사(3조6000억원)와 사우디 우스마니아 가스처리플랜트 공사(8300억원)가 대표적 사업이다.
두산중공업이 3위에 올랐다. 사우디 복합화력, 필린핀 석탄화력, 쿠웨이트 담수화플랜트, 미국 에너지저장장치 수주 등으로 23억6000만달러(2조7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작년 1위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은 4위로 떨어졌다. 올해 수주액은 23억5000만달러(2조7400억원)으로 작년 수주액(6조7200억원)보다 59% 급감했다. 주력 사업지역인 중앙아시아의 수주가 크게 줄어든 데다 신규 시장 공략에 실패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어 포스코건설 19억1000만달러(2조2300억원), GS건설 15억3000만달러(1조7800억원), 삼성엔지니어링 11억2600만달러(1조3100억원), 대우건설 6억6000만달러(77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기업의 실적은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 기업과 기술력을 갖춘 미국·유럽 기업 사이에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력 지역인 중동의 발주가 지연되는 것도 부진의 한 이유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들도 저가 수주에 경쟁하기보단 신규 수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단기간에 수주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형건설사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가 국제유가 하락 등의 문제로 발주가 지연된 게 수주 악화로 이어졌다”며 “장기가 이어진 해외사업 손실에 건설사들이 양질의 프로젝트만 쳐다보고 있어 수주액 감소는 2~3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