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또 낮출 수 있다고 내비쳤다. 국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고, 기업의 투자 역시 감소할 수 있다고 봐서다.
한은은 올 1월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다. 그러나 4월에 3.0%으로, 7월에 2.9%로, 10월에 2.8%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1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10월 전망 이후로 내년 경제성장률의 상방 리스크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커졌다”면서 “더 지켜보고 1월에 전망을 다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 하방 리스크 요인이 많은 상황”이라며 “소비자심리가 위축돼있고, 심리위축이 장기화되면 기업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전월 25일 11월중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5.8로 전월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9년 4월(94.2)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6월(98.4)보다 2.6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위축된 소비자심리 못지 않게 기업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0.4% 감소했고 건설기성액은 0.8% 줄었다. 민간소비 위축, 이로인한 기업투가 감소가 지속되면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2.7%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달 28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에서 2.6%로 조정했다. 수출부진(세계교역 회복세 지연), 노트7 생산중단(휴대전자 산업에서의 문제),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꼽았다. 이외에 금융연구원 2.5%, LG경제연구원 2.2%, 현대경제연구원 2.6% 등을 내년 성장률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경기회복을 위한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7%에서 0.3%포인트 내린 2.4%로 제시하며 추가적인 통화 완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거시경제상황과 실물경제 흐름도 보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금융안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는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