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외화조달 비용 증가가 예상되지만, 국내 은행권 외화자금은 차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4년~1995년, 2004년~2006년 두 차례의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외환위기와 시장혼란이 있었지만, 당시와 비교해 최근 은행들의 외화조달 상황은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시중은행의 복수 외화자금 담당 임원들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50억달러(원화 환산시 5조9000억원) 이상의 여유 외화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민 우리은행 자금시장사업단 상무는 "지난 2007년 금융위기 당시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기로 하고 각 은행들은 (외화를) 50억달러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재 외화가 충분하기 때문에 조달할 필요가 없고 외화조달 전략을 수정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강창훈 KEB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전무 역시 "외화자금은 50억달러 이상 여유가 있어 문제가 없다"면서 "외화조달 전략을 바꿀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 금리인상기 시장상황과 비교할 때 국내 은행권의 외화유동성이 풍부하고 차입구조도 안정화돼 있다는 얘기다.
과거 미국의 저금리 기조→급격한 금리인상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경제위기로 번진 바 있다. 우선 미국은 1994년 1월부터 다음해인 1995년 2월까지 약 1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3.0%에서 6.0%로 3.0%포인트 올렸고 이는 결국 1997년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 특히 저금리에 미국으로부터 단기 외화자금을 빌려 고금리 장기로 기업에 대출해줬던 한국 종합금융회사(종금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어 미국은 2004년 5월에서 2006년 7월까지 2년에 걸쳐 1.0%에서 5.25%로 금리를 4.25%포인트 상향조정한 바 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외환시장을 포함해 국내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분기 국내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431억 달러였지만 다음 해 4분기 349억 달러로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국내 은행들은 1990년대·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외화자금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우선 은행들은 풍부한 외화유동성을 바탕으로 외화를 빌려주는 상황이다. 즉 현재 은행권에선 콜론(Call Loan)만 있고 콜머니(Call Money)는 없다는 것.
외화콜이란 은행간 외화를 초단기로 빌리는 거래다. 빌리는 것은 외화콜머니, 빌려주는 것은 외화콜론이라고 한다. 초단기성 외화자금을 지나치게 끌어쓰는 것(콜머니)은 외화유동성에 리스크가 될 수 있는데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화채권(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기준)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42bp에서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CDS프리미엄이 상승하면 국내 은행들의 외화채권발행을 위한 비용이 늘어난다.
박형민 우리은행 상무는 "1994~1995년은 외화가 충분치 않았던 시절이고, 2004~2006년에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완벽하게 커버할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다만 지금은 은행의 6개월, 1년 외화유동성이 풍부해 1995년, 2006년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강창훈 하나은행 전무도 "당시에는 은행들 차입구조가 단기화됐기 떄문에 해외금융기관 대출선이 끊어지면서 유동성이 압박을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면서 "민간이 보유한 외화자산도 많고 은행을 비롯한 차입구조가 안정화돼 있기 때문에 과거 위기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은행의 차환율, 가산금리 등 외화 조달여건을 매일 점검할 방침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과 관련해 이날 오전 원내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하고 "최근의 시장금리 상승과 정책금리 인상전망은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있으므로 금리가 지속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