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지현 기자] #. 18일 오후 2시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매대 가격표를 한동안 응시하던 모녀가 "혹시 모르니까 여러개 사자"며 ‘행복생생란(15개입, 4050원)’ 3판을 집어든다. 바로 옆에는 같은 제품 6판을 무더기로 들고 가는 소비자도 보인다. 계란 판매대 중 비교적 가격이 저렴했던 이 제품은 이제 매대안에 남은 상품이 거의 없다. 같은 제품이지만 크기가 다른 왕란(4300원)과 대란(4500원)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같은 시각 양계코너에는 30% 세일안내판이 붙었지만 한산한 모습이다. 제품도 가득 쌓여 있다. 반면, 맞은편 돼지고기·소고기 코너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롯데마트 서울점의 계란 및 양계코너(사진 위)와 오후 4시경 이마트 용산점의 계란 및 양계코너(사진 아래). 계란은 날개 돋힌 듯 팔리는 반면, 닭 제품은 세일을 진행하는 중에도 쌓여있는 제품이 가득하다. <사진=전지현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계란과 닭고기 판매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는 소비자들이 빠른 속도로 계란을 구입하는 반면, 닭고기 제품은 다양한 행사진행에도 불구하고 낮은 구매율을 보이고 있었다. 실제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닭고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신장하며 호조세를 보였으나, 12월 들어 AI로 인한 피해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지난 15일까지 1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소비행태는 이마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후 4시경 이마트용산점 계란매대에는 많은 종류의 계란이 가득 차 있었다. 고객은 2분 단위로 계란을 한두판씩 사가고 있었는데, 해당 매대점원이 빠르게 채워놓았기 때문. 이 점원은 "현재까지 창고에 재고로 쌓아놓은 계란이 많아 빠지는 즉시 채워놓고 있다"며 "(지난 14일 이후) 가격이 (한차례 더) 오르고 난 뒤부터 더 빠른속도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마트는 계란수급이 어려워지자 지난 8일 5%, 15일 4.8%씩 인상했다. 기존 5980원이었던 가격(1판(30구) 대란기준)은 6280원으로 오른데 이어 현재 65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양계코너는 롯데마트와 같이 닭고기 제품이 가득했다. 특히, 마니커 닭(800g, 닭볶음용)은 '1+1' 기획행사로 85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집어 드는 고객이 없다. 이 매대 점원은 "가격이 내렸어도 사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며 ”AI와 상관없다고 홍보해도 '꺼림찍하다'며 제품을 들었다가 자리에 내려놓는 사람도 많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계란으로 몰리는 사재기 및 품귀현상에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업계 중 제일 처음으로 20일부터 계란판매 '1인 1판(30알)'으로 수량제한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가격도 10% 인상해 현재 6800원 수준인 '롯데마트 행복생생란(특대) 한판(30알)'의 가격이 7000원 중반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마트, 홈플러스는 지난 2주에 걸쳐 약 10% 계란값을 올렸지만 현재까지 구매제한이 없다.
편의점에서도 계란 값 인상은 피해가지 못했다. 용산에 위치한 편의점 CU의 한 점원은 "10여일 전부터 3000원하던 10개들이 계란한판을 3300원에 팔고 있다"며 "기존 거래처가 AI지역에 포함돼 거래선을 바꾸자 가격이 높아졌는데 다음달부터는 납품조차 힘들어 질 수 있다고 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30개들이 계란 한판 가격이 곧 1만원에 달할 것이란 소리도 나온다. 명동에서 계란빵을 판매하는 A씨는 "단체로 재료를 구입해 우리에게 전달하는데, 그곳에서 계란 한판에 곧 만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2000원에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3000원으로 올려야 할지 고민중"이라며 "그나마 계란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1월부터 수급자체가 안될 수 있다고도 말해 내년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계란 가격상승은 식당내 식탁문화도 바꿔놨다. 용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기존 반찬메뉴로 계란말이 혹은 계란프라이를 항상 내놓았지만, 지난주부터 가지나 어묵 등의 볶음반찬으로 밑반찬을 대체했다"며 "계란을 넣어야 하는 주메뉴에만 아껴 사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