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8년만의 감산 합의가 쏠쏠한 효과를 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 베팅이 2년 6개월 전 폭락이 본격화된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년 상반기 원유 공급 부족을 예고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트레이더들의 ‘사자’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OPEC <사진=블룸버그> |
19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원유 선물 시장의 순매수 포지션이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주 사이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의 유가 상승 베팅이 2.5% 늘어난 반면 하락 베팅은 30% 급감하며 5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머니 매니저들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순매수 포지션 역시 같은 기간 3만2661건 늘어나며 30만3146건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순매수 포지션은 5주 연속 증가했다.
이와 함께 머니 매니저들은 디젤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 역시 11% 확대, 2만6975계약으로 늘렸다. 이는 지난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OPEC과 비회원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 따라 유가가 17개월래 최고치로 뛰었지만 트레이더들은 추가 상승을 확실시하는 움직임이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레이더들이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를 적극적으로 포지션에 반영하고 있다”며 “원유 공급이 급속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고, 이 때문에 투기거래자들이 유가 단기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OPEC은 빈에서 가진 정례 회의에서 하루 120만배럴의 감산안에 합의했다. 이는 내년 1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어 비OPEC 산유국들 역시 하루 55만8000배럴 규모로 감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회원 산유국들이 OPEC의 감산에 동참한 것은 15년만에 처음이다.
씨티 퓨처스 퍼스펙티브의 팀 에반스 애너지 애널리스트는 “상당수의 펀드매니저들이 유가 상승 포지션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유가 전망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OPEC과 그 밖에 산유국들의 합의 이행 여부다. 과거 OPEC이 감산 합의를 이뤘을 때 실제로 계획대로 산유량을 축소한 사례가 드물고 이번에도 같은 움직임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OPEC의 감산 합의 직후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아라비아 전 석유장관은 “안타까운 사실은 OPEC 회원국들이 빈말을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IEA의 내년 상반기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전망 역시 산유국들이 이번 감산 합의를 엄격하게 이행한다는 전제로 제시한 것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감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상반기 원유 공급 과잉이 여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최근 유가 상승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이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유 업체들은 최근 유가 상승을 틈타 내년 산유량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향후 2년간 가격 하락 리스크를 헤지하는 상황이다.
관련 업체의 유가 하락 헤지 포지션이 67만158계약으로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