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와 산업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 성장세의 저하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수의 경우, 가계 부채 증가세가 소비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9042만대로,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이다.
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성장세가 주춤해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배기량 1.6ℓ 이하 자동차 구매 시 적용한 5% 구매세를 최근 7.5%로 상향 조정했다. 당초 5% 구매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세율을 높인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은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의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2500만대 중국 시장이 내년 5% 구매세가 유지된다면 올해처럼 13%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내년에는 4%대 성장세일 것”이라며 “중국이 성장을 많이 못하면 글로벌 성장률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 및 대기수요 소진으로 7년 만의 0.1% 감소한 1748만대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할부금융 위축이 성장 정체 시기와 맞물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성장을 주도한 유럽도 소비 심리 악화 등에 따라 0.6% 증가한 1709만대의 성장 정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 탈퇴)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영국 및 주변국에 수요를 둔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지역별로는 독일은 금융위기 이전 수요를 회복한 만큼, 더 이상 수요 증가는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은 경기 부진과 파운드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과 수입차 가격 인상 압력,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감소세가 예고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영국은 올해 보다 4.6% 감소한 363만대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인도와 러시아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구매 심리 개선을 보이고 있는 인도 시장은 6.9% 증가한 322만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로컬 업체인 스즈키마루티, 타타 등의 신모델 출시와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SUV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3.6% 오른 142만대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올해 보다 2.4% 줄어든 176만대가 될 전망이다. 저금리, 저유가 등 긍정 요인이 있으나 가계 부채 상승과 고용 부진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 부정 요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란 우려도 커 보인다.
이와 관련 고태봉 연구원은 “약 180만대의 내수는 그동안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인한 (거품이 낀) 일시적 수요 증가였다”면서 “부동산 하락 및 가계 부채 증가, 금리 인상 등에 따라 다시 160만대 시장으로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주요 시장 및 차종별 판매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와 글로벌 자동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 영향 등으로 엔화 및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고 일본 및 유럽 메이커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다양한 마케팅, 인센티브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기아차는 승용 및 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판매 최우선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