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지난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자금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자금 대순환이 뚜렷이 관측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출처=블룸버그> |
도이체방크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 토스텐 슬록은 미국 대선이 치러졌던 11월8일 이후 글로벌 증시로 약 3조 달러 가량이 유입됐는데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자금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갔음을 지적하며 자금 대순환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물론 달러 강세가 이러한 시장 변화에 일부 기여한 점이 있지만 슬록은 미국 대선 이후 채권을 빠져나간 자금이 모두 증시로 흘러 들어간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펀드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와 EPFR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주식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1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채권펀드에서는 44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단기적 흐름도 비슷한데, 투자자들은 지난 9주 연속 주식 펀드에 발을 들였고 채권펀드에서는 7주 연속 자금이 유출됐다.
지난 30년 간 강세를 펼쳤던 채권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들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지금처럼 뚜렷한 이동 흐름이 나타났던 적은 드물다.
최근 CNN머니는 채권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2017년에는 '자금대순환(Great Rotation)'이 주요 테마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월가 관계자들은 내년 증시가 미약하게나마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며 채권 투자는 이미 대선 전부터 시들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친기업 정부와 감세 정책, 인프라 지출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트럼프 정권에 대한 기대감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는 연방준비제도는 채권시장 투자 매력을 더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은 내년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금리가 빠르게 오를수록 채권 보유 매력이 떨어져 수요와 가격은 둘 다 내리막을 탈 것이란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