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해 유럽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밀려든 외부 자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와 유럽 지역의 경기 하강 기류에도 해외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파운드화의 급락을 틈타 영국 기업 및 자산을 대규모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운드 <사진=블룸버그> |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자금의 유럽 M&A 규모가 38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6년 전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또 올해 M&A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46% 급증했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인해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대해 수직 하락한 데다 유로화 역시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이자 아시아와 미국 등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이 바겐헌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로펌 모리슨 앤 포스터의 그레이엄 슬로안 M&A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럽의 정치 리스크에도 우호적인 환율과 상대적으로 개방된 규제 환경이 외부 인수자들을 유인했다”며 “여기에 성숙기에 접어든 IT 기업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점도 투자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일본 기업들의 영국 기업 인수가 총 37건, 335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9건에서 상당폭 늘어난 수치다. 뿐만 아니라 금액 기준으로는 95억달러에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와 함께 올들어 미국 기업들의 영국 기업 인수도 693억달러에 달했고, 중국의 실적이 76억달러로 나타났다.
M&A 자문사 DC 어드바이저스의 마키노 히루 이사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지만 엔화와 달러화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가 극심하게 떨어지면서 해외 기업들의 M&A를 부추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이와 관련, “브렉시트를 영국 기업의 저가 매입 기회로 삼아 M&A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며 “이보다 인터넷 관련 기업과 인공지능 기술 등 차세대 IT 조류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안정적인 고용 한경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보호주의 정책 역시 영국 M&A의 상대적인 매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한 브로커는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기업 M&A 기회가 차단되기 전 서둘러 딜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올해 실적이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