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급상승하던 증시가 주춤해지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2만선을 앞두고 저항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23일 미국 CNBC뉴스는 트럼프의 대통령 업무 시작 후 100일 내에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수차례 최고치를 경신하겠으나, 결국에는 상승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대한 기대로 기업들의 매출과 순익 전망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으나, 실제 기업 실적은 그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5년간 다우지수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 증시 랠리, '심리적 요인'에 불과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는 현재 주가가 오르는 것은 그저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러 교수는 트럼프 랠리에 대해 "쿨리지 호황(Coolidge Prosperity) 때와 비슷하게 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되리란 생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쿨리지 호황은 대공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1929년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증시도 대폭 올랐던 것을 일컫는 용어다. 당시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일시적인 호황 이후 10여 년간 대공황에 빠져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 실러 교수는 "현재 증시가 오르는 것은 심리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실제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성장세는 트럼프의 공언만큼 강력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서 CNBC가 13명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1.7%에서 내년 2.3%로, 2018년에는 2.5%로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3~6% 성장을 약속했던 것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다.
이 가운데 트럼트 당선 이후 은행주와 공업 그리고 에너지주가 수혜주로 크게 오르는 동안 이들 수혜기업의 내부자들은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스코어(InsiderScore)에 따르면, 최근 주가가 상승하는 동안 내부자들의 주식 순매도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셔5000 금융제외 지수의 내부자거래 스코어(좌축 검은 실선)와 VLIC지수 가격(우축 청색 실선) <자료=InsiderScore.com, CNBS뉴스에서 재인용> |
◆ 유가 상승·달러 강세·물가 상승…총체적 '난국'
국제유가 상승도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재 5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는 향후 60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미국 석유업체들도 서서히 원유 생산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결국 유가는 다시 떨어지게 된다. 그 결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 합의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다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 물가 상승, 중국과의 무역 전쟁 등이 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면서 주가 상승을 막을 것이라고 CNBC는 진단했다.
한편으로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었다. 내년에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가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가계의 주식 소유(stock ownership)가 감소해왔다. 올 초 실시된 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계에서 주식을 보유한 비중은 전체의 5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상위 10%의 경우 주식 보유 비율이 82%까지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주식시장에서 일반 가계 투자자가 대거 발을 뺀 반면, 소수 부유층은 여전히 주식에 투자해 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미국 경제도 성장하고, 경기에 대한 낙관론도 높아져 이러한 추세가 꺾일 것이며, 다시 가계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이란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