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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달러…자동차ㆍ전자 수출 기업 웃는다

기사등록 : 2016-12-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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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환율 10원 오르면 매출 3300억원 증가
달러빚 많은 항공 등에 악재…복합ㆍ대외변수가 많아 환율 효과 제한적일 수도

[뉴스핌=김기락 기자ㆍ전선형 기자ㆍ조인영 기자ㆍ김겨레 기자]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기면서 자동차, 전자 등 수출 기업이 웃고 있으나 항공 등 업종은 비용 부담이 늘어나 울상이다.

강(强)달러에 따라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수출 기업들은 높아진 가격 경쟁력을 통해 해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엔저 수혜 등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동시에 높아진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26일 외환시장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201.5원으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것은 9개월 만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표시된 수출 가격이 내려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제품을 수출하고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산 시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수출 기업은 수출 채산성 호조 덕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자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반기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수출 주력 부품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내리면 영업실적도 매달 80억원씩 증감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율 상승으로 반도체 수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더해 전세계적인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부족 현상까지 겹쳐 웃음짓고 있다.

다만, 휴대폰과 가전제품 등 완제품은 달러만으로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현지 통화로 판매돼 환율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완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현지에서 생산과 판매가 이뤄져 달러화보다는 각국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종도 원화 약세가 호재는 맞지만,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현대·기아차 매출은 3300여억원 증가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만 볼 때 10원 오르면 연간 수출액은 현대차가 1630억원, 기아차가 1680억원 등 총 3300여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서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량 가운데 국내 생산 비중(올해 3분기 누적)은 현대차 33.9%, 기아차 52.2%로, 현대차가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우호적인 환율 환경에도 불구, 원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현대·기아차와 경쟁 관계인 일본차 업체도 엔저 효과를 보는 만큼, 환율 변화에 따른 손익을 따지기엔 복합적인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단적으로, 박홍재 글로벌경영연구소 부사장은 내년 자동차 시장 전망에 대해 “엔저 시대가 마감되는 것 아니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엔고 상황이 다시 엔저로 돌아가는 모습”이라며 “엔저 수혜를 받는 일본 자동차 업체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수출 선적 모습<사진=현대차>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과거만 못한 것도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환율이 제조업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1992년보다 27% 감소했다.

환율과 수출 간 연관성이 약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조선업계는 비교적 환율 변동에 민감하지 않다. 대부분이 수출계약으로, 달러 대비 원화값이 급변하더라도 거래액이 고정되는 ‘환헤지’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 계약은 조선사별로 약 70% 수준만 계약을 맺거나 모든 계약에 환헤지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재대금 등은 바로 결재하기 때문에 환헤지 계약을 따로 맺지 않는다. 이런 경우,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수익성 개선이나 원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신규 계약을 맺을 때도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기존에 체결된 계약은 환율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으나 신규 수주의 경우 원화 계약금액이 늘어나면서 이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산업은 운임과 연료비 등을 달러로 지급하는 달러결제 산업으로, 현대상선 등 원양선사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출이 원화로 지불되는 근해선사일 경우, 원화 환산 시 손익 개선 효과가 발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외화부채비율이 높은 선사는 원화표시 부채비율 증가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중견 선사들의 원화표시 이익이 증가할 수 있으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만큼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보호주의 정책으로 수출입이 감소되는 경우도 염두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는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내 항공사들은 외국 리스업체로부터 여객기를 상당수 빌려 쓰고 그 비용을 모두 달러 등 외화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리스료 부담이 커진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달러화 부채는 올 3분기 기준으로 각각 84억달러(약 9조8200억원), 11억원(약 1조2800억원) 수준이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른다고 가정하면 대한항공은 84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00억원의 부담이 더 생기게 된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항공주는 원화가치가 떨어지자 부채와 비용 증가, 해외여행 수요 둔화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우려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ㆍ전선형 기자ㆍ조인영 기자ㆍ김겨레 기자]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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