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일에 박 대통령의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가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간담회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답변서와 같은 취지라고 밝혀 정치권 등에서 지적한 ‘입맞추기’식 기자간담회라는 비판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중환 대리인은 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일에서 “(대통령의 신년기자간담회를) 사전에 연락받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간담회 발언은 헌재 답변서와 같은 취지”라고 말했다. 탄핵심판을 앞둔 ‘언론플레이 간담회’라는 등 일각에서 보인 비판을 시인한 셈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다음 변론일에도 박 대통령의 불참을 시사했다. 이 대리인은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서 얘기를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대리인 역할이 의뢰인 입장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일 오후 예정에 없던 신년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부 출입기자들에게 뇌물죄 등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뇌물죄 의혹을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누구를 봐준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정치권 등에서 거세게 비판했다.
더불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간적 소회를 밝히는 것은 문제없지만, 박 대통령의 주장이 수사ㆍ재판ㆍ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조작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구체적인 범죄행위를 말하면서 국민을 선동하고, 자기 지지층에 사인을 주고, 증인 입맞추기를 위해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 언론을 활용하는 것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변론일에 참석한 권성동 소추위원단장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은 피청구인이기 때문에 탄핵법정에서 모든 사실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재판부에 대한 예의”라며 “언론인들을 상대로 탄핵법정 밖에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한철 헌재소장 등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사진=공동취재단> |
이날 1차 변론기일에는 권성동 위원단장을 비롯해 이춘석ㆍ손금주 의원 등 소추위원단 3명과 황정근ㆍ신미용ㆍ문상식ㆍ이금규ㆍ최규진ㆍ김현수ㆍ이용구ㆍ전종민ㆍ임종욱ㆍ최지혜ㆍ탁경국 변호사 등 소추위원 대리인단 11명이 출석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에서는 이중환 대리인과 전병관ㆍ배진혁ㆍ서석구ㆍ손범규ㆍ서성건ㆍ이상용ㆍ채명성ㆍ정장현 변호사 등 9명이 나왔다. 다음 변론일은 오는 5일이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박 대통령 불출석으로 변론을 연기할 수 밖에 없다”면서 “다음 변론기일에 박 대통령이 불출석해도 심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