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이 새해 벽두부터 널뛰기를 연출하고 있다.
중국의 자본 유출 규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트럼프 불확실성’ 경계가 달러화를 강타하자 투자자들은 본질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급등한 달러화의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반면 지난해 말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달러화에 대한 ‘곰’들이 마침내 세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진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선 이후 군중 심리에 의한 달러화 매수 및 상승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5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 인덱스는 1.1% 급락, 101.4에 거래됐다. 달러화는 선진국과 신흥국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전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16달러 선으로 밀린 달러/엔 환율은 이날 장중 115.5엔까지 추가 하락했다.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1.5% 급락한 셈.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1% 내외로 떨어지고 있고, 멕시코 페소화에 대해서도 장중 한 때 1% 이상 밀렸다.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 방지에 나서자 홍콩 역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위안화 하락 베팅을 철회하면서 외환시장을 흔들었고, 지난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올해 세 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던 미국 연준이 의사록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에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달러화를 강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초 달러화 급락 배경으로 전자보다 후자에 더욱 커다란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이날 달러화의 움직임이 추세적인 반전인지 여부에 집중됐다. 대선 이후 달러화 강세를 주도한 것은 미국의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상승과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이었고, 이 같은 대전제가 흔들릴 경우 달러화는 하락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SEB의 리처드 파켄홀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앞으로 정책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대단히 크다”며 “대선 이후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던 외환시장이 다소 중립적인 입지를 취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ING 그룹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연초 달러화 급락이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용을 포함한 경제 지표 개선이 확인되면서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달러화 하락에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매수 기회로 판단, 달러화 매입에 나선 것은 상승 모멘텀이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얘기다.
보수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달러화 강세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밀레니엄 글로벌의 리처드 벤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까지는 달러화 약세론자들이 시장에 맞서기가 버거웠지만 이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달러화 자체보다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비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즈키 유키오 다이와증권 외환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대선 이후 달러화 강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며 “지금부터 트레이더들은 경제 지표를 근간으로 달러화의 적정 가치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화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트레이더들이 적극적으로 신규 매수 포지션을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MUFG의 리 하드만 외환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지난 2개월 가량 달러화 강세가 펀더멘털을 크게 앞서 나갔다”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달러화 ‘사자’가 주요 자산시장에서 거래량 기준 선두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에 대한 ‘묻지마’ 상승 베팅이 위축되는 한편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