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뉴욕증시가 두 자릿수의 랠리를 연출한 가운데 마침내 월가가 현실을 마주한다.
다음주 본격화되는 4분기 어닝 시즌은 과거에 비해 커다란 의미와 주가 파장을 가질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한층 뜨거울 전망이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은 닷컴버블 이후 최고치까지 오른 상황. 대선 이후 이른바 트럼프 공약에 대한 기대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이제 랠리에 대한 실질적인 근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2017년 S&P500 기업의 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11.5%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섹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이행에 따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완만한 상승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익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던 지난해 기저 효과가 맞물리면서 관련 기업의 이익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워드 야데니 회장을 포함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감세 하나만으로도 기업 이익이 20%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에너지 섹터 이외에 금융과 IT, 필수 소비재 등 다른 업종의 주요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주식시장이 강력한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번 4분기 어닝 시즌 기업들의 올해 이익 전망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정책과 달러화 강세 흐름,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공약의 이행 불확실성 등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저울질이 활발할 것으로 보이며, 잠재 리스크에 대한 평가가 당분간 주가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케이트 무어 블랙록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주요 기업들이 올해 이익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향후 실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지 않을 경우 기존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이번 실적 시즌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지난해 대선 이후와 같은 매수 유입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티그룹은 앞서 투자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몇 가지 공약에 대해 의회 승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지극히 불투명하다고 경고했다.
달러화 향방에 대한 전망 및 주요 기업들의 대응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지난 2015년 기준 S&P500 기업이 창출한 매출액 가운데 해외 비중이 40%를 웃돌았다.
대선 이후 랠리 과정에 투자자들은 14년래 최고치로 뛴 달러화 강세를 외면했지만 이를 직시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 월가의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인하와 국내 경제 성장률 향상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달러화 강세가 이익 개선 효과를 깎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따른 임금 상승 압박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저 임금이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고, 트럼프 당선자가 다수의 업종에 대해 임금 인상을 지지한 바 있다.
최근 도이체방크는 임금 상승이 기업들의 이익률을 해칠 여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 가격 결정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수익성에 흠집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안코 리서치의 짐 바인코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모든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 ‘서프라이즈’를 원하고 있지만 기대가 충족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며 “금리 상승과 기업 실적에 대한 실망이 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