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윤애, 조세훈 기자]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9일 결산청문회를 열었지만 마지막까지 핵심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며 '맹탕 청문회'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특위는 동행명령장도 발부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30일 1차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2차례의 현장조사와 7차례의 청문회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특위가 이날 활동기한 30일 연장 촉구결의안을 의결했지만, 여야 합의 및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대로 마무리된다.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오전 20명의 증인 가운데 단 2명만이 참석한 청문회장을 바라보며 "텅 빈 증인석을 바라보니 청문위원으로서 자괴감, 무력감, 참혹한 마음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윤선, 오후 2시 뒤늦게 출석…"위증 혐의 고발, 블랙리스트 답변 불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전 청와대경호실 간호장교인 조여옥 대위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다수의 증인들이 불출석해 증인석이 비어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개입 의혹이 제기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다 오후 2시에서야 뒤늦게 청문회장에 도착했다.
조 장관은 6차 청문회까지도 문건의 존재를 부인하는 발언으로 일관하다 특검에서 문체부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보한 뒤 위증 혐의로 특위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출석해서도 증인 선서도 거부한 채 "국조특위에서 위증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여서 (블랙리스트 관련)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번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질의에 답변한 데 위증 의혹이 있다고 특검에서 고발요청을 했고, 특위에서 저에 대한 고발을 한 상태"라며 "오늘 어떠한 말씀을 드리더라도 향후 수사 재판과정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문건이 존재하는 게 맞냐"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10여차례에 걸친 호통섞인 질문에 "특정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또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과 관련, "1월 초 문체부 예술국장이 '해당 직원이 확정적으로 작성했다'고 보고를 해 (알게됐다)"고 말했다.
다만, 조 장관은 "그런 (블랙리스트) 문서를 전혀 본 적이 없다"며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모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관련) 답변을 드릴 게 없다"고 추가 언급은 끝내 거부했다.
◆특위, 위증혐의·모욕죄로 고발하지만 별다른 수단 없어…무용론 반복
왼쪽부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 <사진=뉴스핌 DB> |
이번 특위에서도 해묵은 과제인 '특위 무용론'이 또다시 반복됐다. 핵심증인들이 대거 빠진데다가 청문회장에서도 수차례 위증을 한 사실이 특위 기간 중 속속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위는 이날 위증을 한 증인들에 대해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위증혐의로, 동행명령을 거부한 증인들은 국회 모욕죄를 적용해 고발하기로 했다.
위증죄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모욕죄는 5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과거 이같은 고발에 대한 사례를 살펴본다면 형량이 비교적 무겁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 법리해석 등을 필요로 해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위증을 하거나, 불출석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위증혐의로 고발 대상에 오른 증인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문체부 장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학장, 남궁곤 처장 등이 포함됐다.
또한 최순실씨는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며 모욕죄 등으로 형량이 추가된다고 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조세훈 기자(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