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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소유와 경영 분리가 강제할 사안이냐?"

기사등록 : 2017-01-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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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죄기 법안 예고에 반기업 정서 확산 우려...기업들 좌불안석

[뉴스핌=이강혁 기자] "기업하기 점점 힘들어진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일부 필요한 부분일 수 있지만, 이는 기업 자율에 맡길 문제이지 강제할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

재계 자산순위 5위권의 한 그룹사 고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일련의 정치권 움직임에 불만이 컸다. 이 관계자는 "경제논리를 자꾸만 정치논리로 풀려는 일이 반복된다"며 "반기업 정서를 누가 부추기고 있는지 되돌아 보라"고 했다.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의 연장선에서 정치권의 상법 등 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향성은 기업과 총수 옥죄기에 맞춰져 있다.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이같은 기류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출마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야당의 한 대표는 "재벌 3세 세습을 막겠다"라며 "3세 경영이 무능과 독재로 한국경제를 다 말아 먹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지러운 시국을 감안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특검 정국에 서여의도발 옥죄기 법안 예고로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는 셈이다.

대다수 기업인들은 시대착오적인 정경유착 관행을 근절하자는데는 이견이 없다. 근본적 내부 쇄신을 위한 자정노력도 한창이다. 하지만 경영승계 문제를 싸잡아 '묻지마식 승계'로 바라 보는데는 크게 불만을 토로한다.

전문경영인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등 자정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승계 문제를 마치 '경제 악'으로 치부한다는 노골적인 반감도 드러난다. 위기탈출을 위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면서 정작 기업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법 개정안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상법 개정 움직임의 경우 핵심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 제한에 맞춰지는 분위기다. 또 지난 18대 대선정국에서 경제민주화 기류의 대표공약이던 다중대표 소송,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의 도입논의도 물살을 타고 있다.

소액주주의 힘을 키워 기업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고 총수의 전횡을 막자는 취지를 십분 이해하더라도, 기업들 입장에서 외국계 투기자본이나 경쟁사의 경영권 공격에 대한 합리적인 방어수단마저 무너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속·증여세법 개정 움직임 역시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방향성이 제시되면서 기업과 총수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들고 있다. 승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상속세 분할 납부 기간을 축소하거나, 주식을 물려받을 당시에 세금을 부과하는 안이 거론된다.

사실 기업과 총수들은 상속·증여세법이 후계자 문제에서는 가장 큰 부담이다. 굴지의 대형로펌 상속컨설팅 전문가들이 엄청난 몸값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단적으로 30억원이 넘는 상속재산의 경우 과세표준 50%에 경영권 프리미엄 10~15% 할증세율을 붙이면 상속받는 재산은 35~40% 규모로 축소된다. 특히 자산규모가 큰 그룹은 후계자 개인이 내야하는 상속세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할 수 있다. 분할 납부 기간 축소나 주식 자체에 세금을 메길 경우 승계는 해법찾기가 어려워 진다.

때문에 상속세가 오히려 편법승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이다.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뻥튀기 되는 마법같은 일이 생길 수 있어서다. 예컨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적분할은 추가 자본없이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지주회사 마법'으로도 통한다.

한 대형로펌의 상속컨설팅 전문가는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로는 부와 경영을 온전히 대물림하기 어렵다"며 "편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면 경영활동에는 상당한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을 돌려 현재의 총수일가들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순수한 로열패밀리로 남는다면 과연 초불확실성 시대를 맞닥드린 기업 경영에는 얼마나 도움일 될까.

재계에서는 존경받는 로열패밀리로 남는 방향에서 고민을 시작하더라도, 당장 뿌리깊은 '총수경영'의 한국적 기업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독단적인 경영의 폐단도 있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무한경쟁에서 총수경영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백년을 이어오는 독일의 머크그룹이나 스웨덴의 발렌베리그룹의 소유와 경영 분리 사례에서 보듯 장기적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이미 재계에 형성돼 있다.

지난달 국회의 최순실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저보다 경영을 잘 하시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 경영을 맡길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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