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0년만에 '대권 주자'로 귀국길에 오른다. 사실상 대권 경쟁에 뛰어든 반 총장의 귀국후 행보에 주식시장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는 상황.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는 연초부터 들썩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식시장내 반기문 테마주로 거론되는 종목은 어림잡아 20여개 남짓. 주로 반 총장의 고향(충북 음성)이나 출신학교(충주고, 서울대), 친인척 등과 관련된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단지 회사 본사가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있다거나 또는 음성에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인 업체들도 있다. 회사의 대표나 임원이 반 총장과 같은 학교, 같은 과 출신이어도 반기문 테마가 된다. 심지어 반 총장의 사촌동생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란 이유도 있다. <표 참고>
이들 반기문 테마주는 지난해 1년 내내 반 총장의 행보와 함께 급등락을 반복했다. 지난해 초 반 총장의 친동생이 부회장으로 재직중이란 사실이 알려진 보성파워텍이 대표적이다. 보성파워텍은 반기문 테마주중에서도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초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본격 제기되기 시작한 이후 연일 급등, 5월에는 연 고점은 1만55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다 지난해 9월 8일 반 총장 동생의 회사 퇴사 소식이 전해지며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이후 지속 하락, 지난 11일 기준 고점 대비 59% 하락한 63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 총장의 친인척이 각각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큐로홀딩스와 지엔코 역시 작년 하반기 이후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11일엔 반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미국 법원에 뇌물혐의로 기소됐다는 소식에 반기문 테마주는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테마주로 엮인 회사들도 더 이상 주가와 관련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올랐다가 갑자기 빠질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 총장 테마주로 엮인 한 회사의 담당자는 "주가가 올라 좋은 점도 있겠지만 실적도 좋고 탄탄한 회사인데 괜히 테마주로 묶이면 시장내 기업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증시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정치테마주는 모래성처럼 금방 허물어졌지 않았냐"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단순 추격매매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9월~11월,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정치 테마주 투자자의 97%가 개인 투자자였고, 정치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10명 중 7명이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 테마주의 투자자 비중은 개인투자자가 9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관과 외국인 비중은 3% 미만에 불과했다. 시장 전체 개인투자자 비중은 65%에 불과하다.
이 기간 중 매매손실이 발생한 투자자 중 99.6%가 비전문가인 개인투자자였다. 거래대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액투자자의 경우 93%가 돈을 잃었다. 개인투자자의 계좌당 평균 손실금액은 191만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유없이 이상급등하는 종목에 투자한 선량한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손실이 발생했다"며 "실적 호전 등 회사의 본질 가치 상승 없이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뇌동매매를 자제하고 기업의 사업 내용과 실적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투자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