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과 함께 대선주자 행보대열에 본격 합류하면서 조기대선 서막이 올랐다. 반 전 총장은 일단 언론인, 외교관 출신 등의 참모진 10여명을 주축으로 정치적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대권 시나리오 카드로 '아이젠하워 모델'을 꺼내들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쟁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인물로, 1952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줄곧 중립지대에 머무르다 선거 막판에 공화당 경선에 뛰어들어 대권을 거머쥐었다.
반 총장도 이처럼 대선과정 내내 줄곧 '중립'을 고수하다 막판에 기존 정당 조직을 끌어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 전 총장은 지지세력의 힘을 빌어 가급적 정당색을 버리고 대선 직전 '중도·보수 대통합'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단, 아이젠하워 모델 성공의 핵심 3가지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라는 절대 위상과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대통령 만들기 운동, 기존 정당의 밀어주기 전략 등이 그것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 세가지 조건이 충족돼 이른바 '시민대통령'(citizen president)이란 개념이 성립 가능한데, 반 전 총장의 경우 3가지 모두에서 부족해 대선 경로를 아이젠하워 모델에 빗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이 꺼내들 대선 정책모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반 전 총장은 경제정책으론 시장경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미국 등 선진국이 추구하는 진화된 자본주의를 표방할 것으로 전해졌다.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반기문 캠프 경제팀으로 합류하면서 민간영역에서 자발적인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는 이른바 '자본주의 5.0'를 내세울 공산이 크다. 한국은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신자본주의를 의미하는 '자본주의 3.0'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곽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함께 겪고,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까지 경험한 인물로, 녹색성장 만들기 주축에 섰던 인물이다.
반 전 총장은 참모진들과 본격적으로 정책팀을 꾸려 여러 현안을 논의한 뒤, 속속 구체적인 대선 공약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도운 반기문측 대변인은 전날 열린 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우선 들은 뒤, 대선 캠프를 본격 꾸려 정책팀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책의 큰 그림은 그리되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으로 마련된 세부 정책은 아직 없다는 얘기다.
반 전 총장은 유연한 성격 덕분에 주위에 적들이 없어 주위 의견을 비교적 잘 경청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뒤 각 분야 전문가로 뽑힌 참모진들의 의중을 정책에 크게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외교출신 인물들을 살펴보면, 성격이 다소 세고 괄괄한 성격의 소유자들로, 업무 추진력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정계에 몸을 담은 기존 대선주자들과 달리 정책 공약 구상에 시간이 부족한 반 전 총장측은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책 구도상 큰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외국인은 물론 여러 정당 인물 영입도 진지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세계 대통령'이미지를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는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 반 전 총장이 언급했던 정책이념들을 토대로 구체적인 대선 정책을 구상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