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독특한 모양의 인공지능 로봇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중국 기업이 있다. 지난해 서서 타는 1인용 전기모터 스쿠터 개발 생산기업 세그웨이사를 인수하면서 전세계 시장에서 일약 스타가 된 나인봇이 그 주인공.
올해 CES에서 나인봇은 루모(Loomo)라는 세그웨이 로봇을 선보였다. 세그웨이와 로봇을 결합한 루모는 단거리 교통수단 기능과 인공지능 서비스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옥외 행사장에 마련된 BMW 자율주행 자동차 체엄존에서 사람을 대신해 무인주차 안내원 역할을 담당했다.
나인봇에 따르면, 루모는 주차장 외에도 카페, 레스토랑 등 각종 장소에서 사람을 대신해 서비스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또한 3~5km 반경의 단거리 교통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루모는 아직 연구 개발 단계에 있다. 나인봇은 루모의 연구개발과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개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기술 향상을 촉진하고, 루모와 연계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보급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CES에서 BMW와의 '콜라보'도 양사의 공동 연구개발로 탄생됐다. BMW는 세그웨이 로보틱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1개월도 되지 않아 무인자동차 주차 안내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냈다.
나인봇은 통상 '세그웨이'로 불리는 1인용 전동휠 연구개발 및 제조 업체로 중국 톈진(天津)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한때 중국산 '짝퉁' 저가 세그웨이쯤으로 여겨졌지만, 미국의 '원조' 세그웨이 사와 특허 소송 과정에서 세그웨이사를 전격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사건은 중국산 짝퉁이 '원조'로 탈바꿈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나인봇은 투자전문가로 유명한 샤오미(小米)의 레이쥔으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다시 한 번 과시하기도 했다.
나인봇은 지난해 CES에서도 인텔, 세그웨이와 공동으로 하버버틀러봇(Hoverbutlerbot)으로 명명된 세그웨이 인공지능 로봇을 선보였다. 인텔은 나인봇의 또 다른 투자자다.
나인봇이 개발한 세그웨이 인공지능 로봇 |
◆ 세계 세그웨이 시장 장악,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박차
10일 글로벌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업 WPP, 컨설팅 기업 칸타 밀워드 브라운(Kantar Millward Brown)과 구글이 공동으로 발표한 '중국의 30대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도 나인봇의 이름이 올랐다.
설립된 지 4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기업인 나인봇이 레노버, TCL, 하이얼 등 수십 년간 사업 경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중국의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에 선정됐다.
나인봇은 이공계 명문대인 베이징항공항천대학(北京航空航天大學)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가오루펑 나인봇 CEO |
CEO인 가오루펑(高祿峰)은 1979년생으로 항공항천대학에서 기계공학 및 자동화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2000년부터 IT기업에 입사해 모바일 인터넷, 미디어 광고, 핀테크 등 다양한 인터넷 기반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1년 가오루펑은 회사를 나와 대학 동창들을 모아 세그웨이로 유명한 스마트 퍼스널 모빌리티 개발에 나섰다. 2012년 딩리롄허과학기술유한공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회사를 설립한 후 2013년 나인봇이라는 회사를 정식 출범시켰다.
2013년 말 나인봇은 두 바퀴로 움직이는 전동휠 '나인봇'을 출시했다. 상품 출시와 함께 나인봇은 대박을 쳤다. 원조격인 세그웨이가 참신한 아이디어에도 지나치게 높은 고가 전략으로 주춤하는 사이 나인봇은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왔다.
2014년 기준 두 바퀴 나인봇 시리즈 상품의 출하량은 3만개를 넘어섰고, 이중 절반이 유럽 시장에서 팔렸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창업이래 나인봇의 연간 매출은 300%의 고속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5년 4월 스마트 모빌리티의 원조격인 미국의 세그웨이사를 완전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나인봇은 향후 목표는 뚜렷하다. 세그웨이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로봇 개발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CES에서 연이어 세그웨이 기반 로봇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바이두와 함께 중국 인공지능 업계를 이끌고 갈 유망 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