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의 가파른 하락이 12일(현지시각) 월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기 부양 기대에 14년래 최고치로 뛴 달러화는 전날 첫 공식 기자회견에 대한 실망감으로 뚜렷한 약세 흐름을 연출했다.
강달러가 꺾인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 가운데 트럼프 당선자가 약달러를 지지하며, 트위터를 통한 구두 개입을 포함한 직간접적 수단을 동원해 달러화 상승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12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가 장중 0.9% 가량 밀리며 100.72까지 하락, 100 선이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달러화는 특히 엔화에 대해 1% 이상 급락했고,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이 114엔 선으로 내려 앉았다. 이 밖에 유로화와 호주 달러화에 대해서도 달러화는 0.8% 내외로 하락했다.
국채와 금값은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장중 6bp 하락하며 2.3%에 거래됐고, 금 선물은 0.6% 오르며 온스당 1200달러 선을 회복했다.
14년래 최고치로 뛰었던 달러화의 랠리가 꺾인 것은 전날 트럼프 당선자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것이라는 데 월가의 의견이 모아졌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에 대한 기대가 지나쳤고, 보호 무역주의를 포함해 달러화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간과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투자자들이 달러화에 대한 트럼프 당선자의 입장을 제대로 오해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무라의 빌랄 하피즈 외환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약달러 정책은 보호주의 정책과 연장선”이라며 “트럼프 당선자는 트위터부터 실제적인 외환시장 개입, 혹은 국부펀드 출범 등 다양한 해법을 동원해 달러화 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 강세는 해당 국가의 경제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전망에서 비롯되지만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달러화가 10% 평가절상될 때 2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7%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달러화 강세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그는 한 TV 인터뷰에서 강달러 정책을 단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통화 강세는 극심한 충격을 일으킬 것”이라며 “강달러가 듣기 좋은 말이지만 바로 이 때가 강세에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HSBC의 데이비드 블룸 외환 전략가는 “트럼프 당선자는 달러화에 대해 언급을 한 것 자체로 정치권의 암묵적인 원칙을 깬 셈”이라며 “공식 취임 후 그가 트위터를 통해 환시 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분간 달러화의 ‘팔자’가 우세할 것이라는 데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리서치 업체 가이타미닷컴의 간다 다쿠야 연구원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달러화의 ‘트럼프 랠리’는 종료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와 구체적인 밑그림이 제시될 때까지 투자자들은 달러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 이후 투자자들이 악재와 리스크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UBS의 폴 도노반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 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한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선 이전부터 하락 압박을 받았던 멕시코 페소화는 이날 장중 0.6% 상승세를 나타냈고, 터키 리라화 역시 2% 내외로 급등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