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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유력 대권후보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4대 재벌 개혁'을 제시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집중투표제, 전자투표, 서면투표제 도입, 노동자추천이사제 도입, 다중대표소송과 다중열람권 제도화 등 재계로서는 하나같이 부담스러운 내용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란 시각도 있으나, 대기업집단의 낡은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누가 대권을 잡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재벌개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LG·SK 지배구조 모범적…5위 롯데가 더 심각
우선 문 전 대표가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제시한 '4대 재벌', '10대 재벌'을 따져 보자.
문 전 대표는 10일 자신의 정책캠프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포럼에서 "역대 정부마다 재벌개혁을 공약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 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제시했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
자산총액 기준 국내 4대 대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SK, LG다. 1~4위까지는 각각 큰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4위 LG와 5위 롯데의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근소한 차이다. 지난해 4월 기준 LG가 105조8490억원이고 롯데가 103조2840억원으로 2조5550억원에 불과하다(그래프 참고).
LG가 일부 자산을 매각해 규모를 줄일 경우 한순간에 4-5위가 뒤바뀐다. 정부가 4위까지 선을 그어 규제를 강화할 경우 LG와 롯데 간 자산축소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10대 대기업 집단 중 LG와 SK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삼성이나 현대차, 롯데에 비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가장 순환출자가 복잡한 집단으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때문에 일괄적으로 몇 위까지 선을 그어 규제를 강화하는 게 합리적이고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굳이 상위 집단을 구별하려면 자산 100조원 이상으로 구별해 5위 롯데까지 포함시키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10대 대기업집단은 자연스럽게 자산총액 50조원 이상으로 구분된다. 포스코가 6위이고 GS가 7위, 한화, 현대중공업, 농협이 각각 8~10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진과 두산, KT, 신세계, CJ 등 5곳이 1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와 GS, 현대중공업은 순환출자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반면 한화는 아직도 복잡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덩치'가 아닌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기업 정책은 자산규모보다 지배구조를 어떻게 형성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금융위기 이전에 30대 집단까지 규제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자회사 지분율 강화? 지주회사 전환이 먼저
문 전 대표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한 것도 필요한 과제이나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문 전 대표는 "무늬뿐인 지주회사로 전락해 오히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의 수단이 되고, 3세 승계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겠다. 자회사지분 의무소유비율을 높이겠다"고 제시했다.
19대 국회에서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자회사 지분율을 20%(비상장사 40%)에서 30%(비상장사 50%)로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집단으로 하여금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는 것은 순환출자를 끊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10대 그룹 중에는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 4곳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으며, '금산분리'라는 시대적인 과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21곳 중 14곳이 아직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못했고 대부분 금융사 또는 순환출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할 경우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7곳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이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후보들의 공약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신중한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촉진과 지배력 확대 억제 정책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자회사 지분율을 너무 높일 경우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게 되고, 투자 확대나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