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재벌개혁 구상이 나오면서 재계가 과도한 규제안이라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문 전 대표의 구상은 10대그룹을 정조준하고 있어 향후 재계와 상당한 논란을 예고한다.
문 전 대표는 1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된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은 정책 구상을 밝혔다. 재벌개혁의 방향성은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투명한 경영구조 확립 ▲재벌의 확장을 막고 경제력 집중 축소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 등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진 = 뉴시스> |
그는 이같은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서면투표 도입 등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또한 금산분리를 주요안으로 제시했다. 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 강화와 조세감면 제도 폐지 또는 축소 의지도 피력했다.
문 전 대표의 구상은 10대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10대 재벌을 대상으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겠다"면서 "그 가운데서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언급한 4대 재벌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이다.
그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같은 규제를 받는다"고 언급했고,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고도 했다. 총수 범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것이라는 강력한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이런 재벌개혁 구상은 재계 입장에서 그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특히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거나, 전환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주요그룹들은 18대 대선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경제민주화 공약의 기억을 세삼 떠올리며 좌불안석하고 있다.
실제 금융과 산업자본이 분리가 핵심인 금산분리의 경우 당장 삼성그룹에게는 직격탄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순환고리를 해소해야 완성되는 삼성식 지주회사 전환의 밑그림이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수도 있어서다.
단적으로 금산분리안에 따라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지분 7.55%)은 보유 지분의 비율을 낮추거나 없애야 할 수 있다.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려고 해도 그만한 자본투입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화그룹도 한화생명 등의 금융계열사와 얽혀 있는 등 주요그룹 여러 곳이 금산분리 강화는 상당한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의 규제는 경영권 방어는 물론 투자 등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도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안"이라며 "무분별한 반기업 때리기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4대그룹의 한 간부도 "기업과 기업인은 곧 범죄집단과 범죄자라는 시각을 전제로 한 듯 보인다"면서 "(한국에서) 기업하기 참 힘들다"고 걱정했다.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구상이 앞으로 펼쳐질 대선정국에서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