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독대' 내용이 담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메모가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되면서, 탄핵 법정에서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지 관심이 주목된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지난 17일 양측이 신청한 증거자료 2300여개의 채택 여부를 결정했다. 채택 된 증거는 탄핵 소추사유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조서 대부분과 공문서, 언론보도 등이다.
여기에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내용 일부도 포함됐다. 안 전 수석이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증거채택을 거부해 논란이 된 수첩 사본 자체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으나 그가 탄핵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한 내용은 증거로 받아들여진 것.
특히 수첩 내용 가운데 2015년 7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독대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해당 메모에는 두 사람의 독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통령 말씀자료'에 "경영권 승계 문제해결을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안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지난 16일 열린 탄핵심판 제6차 변론기일에 나와 "박 대통령이 지시한 것을 그대로 적었다"고 시인했다. 이에 헌재도 해당 메모 내용에는 증거 효력을 인정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헌재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의 핵심 탄핵 소추사유 중 직권남용 혐의 인정은 예견된 수순이다. 나아가 뇌물수수 혐의 또한 입증이 보다 쉬워진다.
이미 알려진대로 안 전 수석의 메모가 탄핵법정에서 다른 기업들과 박 대통령의 대가성 거래를 인정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들도 있다.
안 전 수석은 제6차 변론 당시 "박 대통령이 SK에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미리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롯데의 K스포츠 출연금 70억원을 반환하라고 지시했다"고도 증언했다. 헌재는 이같은 안 전 수석의 증언을 토대로 이들 내용이 담긴 수첩 내용을 모두 증거로 채택한 상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이 일부라도 수첩 내용을 인정하면서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하지만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 측이 불리해질 수 있는 안 전 수석의 메모 관련 증거 채택 자체에 '딴지'를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18일 헌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활용한 조서 등에 대한 재판부의 증거 채택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이미 지난 17일 증거채택 당시 "검찰의 수첩 압수 과정이 적법절차를 위반했다. 채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 탄핵심판에서는 전문법칙을 지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문법칙은 피의자 등이 법원에 나와 직접 진술한 것 외에 서면 등 간접 형식의 증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헌재는 추후 재판관 협의를 통해 이의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