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겨우 한 고비 넘겼다."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 재계의 논평을 요약하면 이렇다. 삼성 입장에서 총수 구속이라는 어려운 고비를 넘었다는 안도감은 있겠지만, 앞으로가 더 큰 걱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사실 시계제로 상태에 놓인 삼성의 경영 추를 어떻게 정상궤도로 끌어 올릴 수 있느냐는 구속 여부보다 화급한 현안이다.
사령탑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까스로 넘겼을 뿐, 겹겹이 쌓인 경영현안과 상처난 브랜드 이미지 등 부정적 파급효과를 회복하는 문제가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이 부회장이 기각 결정 직후, 지친 몸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와 자택 대신 서초사옥으로 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부회장은 서초사옥에 도착하자마자 경영진과 현안점검 회의부터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삼성 내부 관계자는 "(이재용)부회장의 얼굴이 이렇게 안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면서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될터인데 곧바로 집무실로 향한 것은 산적한 경영현안부터 챙기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냐"고 했다.
삼성 주변에서는 '불확실성 측면에서 요즘처럼 삼성의 고단함이 컸던 적이 있었을까'라고들 한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잠깐 졸면 죽는다. 신기술, 신사업 트렌드는 그만큼 무서운 속도감으로 전개되는 중이다. 이 부회장이 큰 그림을 제시하며 삼성의 모든 경영역량을 집중해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럼에도 삼성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 부회장은 가깝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고, 특검의 기소가 이루어지면 상당기간 재판에 출석해 유무죄를 다퉈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손과 발이 국내 정치적 상황에 묶여 있는 사이, 반도체와 휴대폰을 대체할 미래 먹거리는 그만큼 멀어져 가는 셈"이라고 했다. 당장 전장업체 하만 인수마저도 마무리를 목전에 두고 난항을 겪는 중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발빠르게 미국과 눈을 맞추고 중국과 교류하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데, 여기서 뒤쳐지면 회복 불가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위배가 본질인 상황이라면, 기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도록 경영활동에는 좀더 유연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