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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줘도 패고 안 줘도 패면 어쩌냐

기사등록 : 2017-01-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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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불확실성 높여 놓고 일자리 확대안 내놓으라니 '참담'

[뉴스핌=이강혁 기자] "뭘 주면 줬다고 패고 안 주면 안 줬다고 패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참담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작심한 듯 이같은 말을 토해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30대그룹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겨레 기자>

이날 간담회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30대 그룹 CEO와 만나 올해 일자리 창출(고용 확대)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장관은 이날 "올 상반기는 고용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조속히 확장적으로 상반기 채용계획을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정부의 요청에 김 부회장의 작심한 발언은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어렵다는 불만의 표시다. 현재 기업들이 얼마나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발언이다.

기업 입장에서 고용은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단순히 고정비용의 지출입 측면을 넘어 건강한 인력 운영은 건강한 경영의 기본이다. 인력 수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영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선순환돼야 할 기업의 인력 계획은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글로벌 경영환경이 초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었다. 각 국의 자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주요국의 금리인상도 수출기업에겐 부담이 크다. 한해 농사가 흉작인데 풍년만큼 일꾼을 늘리기 쉽지 않다.

이처럼 대외 환경이 안갯속에서 내수경제마저 불확실성에 휘청거리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해법찾기가 쉽지 않고, 저성장 기조는 더욱 확연해 졌다. 여기에 특검 정국, 조기 대선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며 성장통이 심각하다.

실제 일련의 특검 정국은 삼성, SK, 롯데 등 주요 그룹들의 경영활동을 시계제로 상태로 몰아넣었다. 박근혜 정부의 시책에 발맞춰 출연금을 냈는데, 이젠 그것이 '뇌물'이라고 한다. 조기 대선 정국에 들어선 정치권에서는 연일 재벌개혁을 외치며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기업 옥죄기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 등 주요 그룹이 지난해 연말에 했어야할 인사마저 단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격적인 경영계획을 내놓기 쉽지 않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현재 우리 기업들이 여러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입법 활동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뉴스핌 18일자 기고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다시 한번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얼마나 어려운 나라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청년 취업난은 날이 갈 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서른 살 넘도록 취업 한번 못해본 청년들이 무려 7만5000명(지난해 기준)이라고 한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정부가 지난해 16조원의 예산을 일자리 창출해 썼다고 하지만, 여전히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웃돈다.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미래를 두려워하며 고용시장을 배회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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