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금융주가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 랠리를 주도한 사이 투자은행(IB) 업계 최고경영자들은 보유 주식을 대량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모간 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가 주식을 매도한 것은 6년만에 처음이었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주요 IB 업체들의 경영자들이 지난해 대선 이후 주식 매도 규모가 약1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드 프랑크법을 포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뜻을 밝힌 데다 경기 부양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 주요 은행주 주가를 수년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지난해 11월8일 대선 이후 약 20%에 달하는 랠리를 연출했다. 이는 증시 전반의 상승률에 비해 세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쏠쏠한 반사이익을 챙긴 것은 IB 업계 수장들이다. 고먼 최고경영자가 대선 3일 후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보유중이던 모간 스탠리 주식 20만주를 매도했고, 주가 랠리가 지속된 가운데 11월 하순 10만주를 추가 매도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28만5000주에 이르는 ‘팔자’를 단행했다.
대규모 주식 매도로 그가 실현한 차익은 84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밖에 골드만 삭스와 JP모간 등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들의 대선 이후 주식 매도 규모는 2006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특히 일부 경영자들은 행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휴지조각이 될 뻔한 스톡옵션을 이른바 트럼프 랠리 덕분에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골드만 삭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약 5억달러에 이르는 스톡옵션이 만기를 코앞에 둔 시점에 행사 가능한 가격을 회복했다.
4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금융권의 수익성 역시 크게 개선됐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해 주식부터 채권, 상품시장의 거래 규모가 대폭 늘어나면서 주요 업체의 매출액과 순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과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IB 업계 순항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