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바른정당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주요 정책의 '캐스팅 보터'를 자임하고 나섰지만 주요 현안에서 당론을 정하지 못하며 정체성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당 체제에서 기존 새누리당에 비해 이렇다 할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당 안팎에서 존재감이 갈수록 희미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창당대회를 개최하지만 낮은 지지율을 상승전환시킬 카드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런 가운데 1월 임시국회가 끝내 빈손으로 끝났다. 쟁점 법안 중 합의될 듯했던 '만18세 투표권 부여'의 경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막판에 반대하면서 통과가 불발됐다. 바른정당은 정책정당을 표방하며 개혁입법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결국 과거와의 단절 4당 체제의 깃발을 연 바른정당은 정책정당을 표방하면서 개혁입법의 포문을 열 듯했지만 실제 행보는 달랐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의 오락가락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바른정당은 4일 "선거연령을 18세로 하기로 전체 합의를 봤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결정을 백지화했다.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9일 '안전 및 선거법심사 소위'에서 선거연령 하향에 관한 선거법 개정에 찬성의견을 냈지만 11일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합의를 강조하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도 마찬가지다. 당초 다수 의원이 찬성했다고 말했지만 검찰 출신의 권성동 의원 등이 반대하며 당론 채택에 실패했다. 바른정당이 검토했던 상법 개정안 등도 전자투표 단계적 도입을 제외하고는 합의를 모으지 못했다.
무기력한 바른정당의 배경엔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없는 '당론 없는 정당'이 자리 잡고 있다. 당내 평균 선수가 3선을 넘어서 각 의원들마다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당론 채택 기준이 소속의원 2/3의 찬성으로 되어있어 쟁점이 되는 사안은 합의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바른정당이 '캐스팅 보터'를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이유다.
야권은 곧바로 바른정당의 행보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오락가락 바른정당도 정확한 당론을 밝혀야 한다"며 "말로만 개혁을 얘기할 뿐 핵심 개혁정책에 미온적인 것 자체가 새누리당의 때를 벗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의 무기력하고 오락가락 행보는 곧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1월 3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4%p 내린 8.9%를 기록했다. 3주 연속 하락하면서 조사 이래 처음으로 10%선 마저 붕괴됐다.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을 2월 임시국회의 전망도 어두워 당내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에 대해 "합의가 되어 있는 몇 개 사안은 통과될 것"이라면서도 "이미 대선체제로 넘어 갔기에 주요이슈들이 대선주자들의 공약 대결로 쭉 이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